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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이 너무 히트를 쳐서인지 요즘 역사관련서적이나 인터넷글을 보면 혜경궁 홍씨나 그녀의 저서 <한중록>에 대한 시선이 예전만큼 그닥 곱지 않다. 이전의 그녀의 이미지가 부자간의 갈등에 남편을 잃은 한맺힌 궁중여인의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친정의 당론을 위해 십여년을 같이 산 남편이 뒤주 속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데도 외면해버린 냉철하고 잔인한 여인이라는 의견이 점차 대세를 이루어가는 것같다.
사실 후자의 의견이 재미있기는 하다. <한중록>이라는, 조선왕조 최대의 비극적 사건을 바로 당사자의 아내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했던 여인의 피토하는 고백록, 그만큼 절절할 수 밖에 없고 수려한 문장과 곡진한 표현력 등, 하나의 문학작품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이 엄청난 텍스트를 완전히 뒤집어 볼 수 있는 색다른 견해이니까 말이다. 사실 그녀의 아버지가 노론의 실력자였고 실제로 사위의 죽음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그에 항변하는 신하들에 대한 처벌을 직접 주청했을 정도로, 혜경궁 홍씨의 아버지 홍봉한은 그 비극에 가장 확실한 악역을 맡았었다. 한중록 또한 자신의 친정붙이들 (홍봉한, 홍인한 등)에 대한 무고와 신원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등 정치적 함의가 의심되는 부분이 꽤 여럿이다. 그러므로 그녀를 '남편을 잃은 한많은 궁중여인'으로서가 아닌 '노회한 정객'이니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악처'로 보는 작금의 시선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하늘아, 하늘아, 차마 어찌 그리 만드시는가'라며 몇십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사실 한중록이 완성된 시기때문에 더욱 이 텍스트가 그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기도 하지만) 절절하기 그지 없는 비통을 전달하는 그 기록이 오로지 이기적이고 정치적인 목적만을 가지고 작성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한중록의 미심쩍은 부분만을 발췌해 그녀의 음험한 의도를 논하는 책들만 읽는다면 몰라도 실제 한중록 자체만을 보았을 때라면 그녀의 글솜씨가 너무나도 교활해 독자들을 깜박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남편을 잃은 여인의 '애통함' 그 자체는 결코 부정되어질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시아버지에 의해 남편이 살해당하는 비극을 목도한 20대의 청상과부가 사실 뭐 그렇게 정치적이고 냉철할 수 있었겠는가. 또한 현실적으로 그녀가 진짜 어떠한 '의도'내지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가만히 있으면 한 나라의 지존인 왕비가 될 팔자인 것을, 굳이 친정의 정치적 입장을 견지하기 위해 18년간 같이 살아 온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넣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한중록이 씌여진 시점에서라면야 몰라도, 당시의 그녀가 뚜렷한 정치적 목표를 가지고 확고부동한 자세로 움직였다고는 보기 힘들다. 차라리 남편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버린 사람이고, 오로지 이 궁중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희망이었던 자신의 핏줄 정조를 지켜야 한다는 본능적 움직임이 그런 황망하기 그지 없는 상황에서 그녀를 지배했던 유일한 의도였다고 보는편이 사실에 가깝지 않았을까. 친정의 당론이었던 노론편에 붙어 적극적으로 세자의 죽음에 관여했다기 보다는, 그나마 친정이 노론이었기 때문에 세손(정조)마저 죽이려한 그네들의 야욕을 견제할 수 있었고 기어이 세자의 핏줄로서 왕실을 잇게 하여 그로 인해 남편의 오명이 복권될 단초를 마련한 '소극적인 열녀'라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힐 때의 묘사는 그녀가 몇십년이 지나서도 그렇게 정황을 뚜렷이, 자세히,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극적이다. 아마도 그 순간을 기술할 때만큼은, 그녀도 몇십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울부짖는 어린 아들을 두고 18년을 같이 산 남자가 더위와 굶주림에 죽어가는 순간을 방관해야 했던 스물 여덟살의 한 여자로 돌아가 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녀가 타고난 천재 소설가가 아니라면 말이다.
<....."아바님 아바님, 잘못하였으니 이제는 하라 하옵시는 대로 하고, 글도 읽고, 말씀도 다 들을 것이니 이리 마소서." # by 수노 | 2005/11/28 17:34 | 트랙백
내남편의 소원
제 남편이 결혼하면서 소원이 하나 생겼어요. '누군가가 당신에게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남편이랑 살껀가요? 라고 물었을 때, 당신이 전혀 주저하지 않고 '네'라고 답하도록 만드는 게 내 소원이야.' 남편분, 아세요? 부부가 같이 무병하게 늙어가는 일은 의학의 초고속 발전으로 미루어 보아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이혼 서류에 도장 찍지 않고 무던하게 사는 일도 누구 하나가 끔찍하게 참으면 가능한 일입니다. 아이의 엄마로 남는 일도, 주방의 설거지 하는 모습을 평생 보는 일도, 가스렌지 앞에서 된장찌개를 끓이며 입맛을 다시는 일도, 마음먹기에 따라 평생 볼수 있습니다. 제일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이 뭔지 아세요? 내 옆에서 웃으며 늙어가는 아내의 얼굴입니다. 더 어려운 일이 뭔지 아세요? '나 다음에 태어나도 꼭 당신이랑 결혼할꺼야.' 라는 다짐을 받는 일입니다. 며칠전 티브이 프로를 봤습니다. 예동이라는 마을에는 고령의 노인들만이 서로 품앗이 하며 사는 동네지요. 한 리포트가 다섯 노령자 커플들에게 한마디씩 묻습니다. '다음에 태어나면 지금의 아내와 같이 사시겠어요?' 주름이 한 가득인 호호 할아버지는 잠깐 머뭇거리면서도 '제일 편하니까 또 만나면 같이 살아야지요.' 합니다. 옆에 있던 할머니의 얼굴이 갑자기 싸늘하게 변합니다. 리포트가 이번엔 할머니에게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다음 생에도 같이 사시겠어요? 할아버지랑?' 거칠고 주름 자글 자글한 할머니 손이 리포트의 물음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손사래를 칩니다. 아뇨..제가 보기엔 단순한 손사래가 아니라 아예 치를 떠는것 같습니다. '내가 왜? 절대로 안살아. 암..절대로 저 사람이랑은 같이 안살아.' 정말 절대로 안사실거 같습니다. 정말 형벌이라 생각하시는 것 같았지요. 다섯 커플의 노인들이 하나 같이 똑같은 말을 합니다. 할아버지들은 같이 살고 싶어하고, 할머니들은 치를 떱니다. 역시 남자들이 아량이 넓어..라고 생각하고 싶으신지요? 다음에는 뭐 다른 남자랑 한 번 살아보고 싶은가보지? 라고 청소년 같은 억측이 필요하신지요? 그녀들은 한 남자를 만나 50여년을 살았어요. 올 신년의 해를 볼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그들의 나이에 이만하면 받아들여도 될 숙명일텐데도 끝까지 그들은 지금 옆에 같이 늙어가는 남자에 대해 끌어안을 용기가 없는 모양입니다. 그녀에게서 용기를 뺏아간 건, 사랑이 시든 탓이 아닙니다. 그녀들에게 행복을 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들은 행복했을까요? 행복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내 옆에서 편안하게 청춘을 보내고 아귀같은 이기적인 욕심으로 아내의 희생을 발판삼아 자신의 어머니와 자신의 자식들을 호령했을 겁니다. 그래서, 충신처럼 행동한 아내의 희생을 알기에 다음 생에 다른 사람을 만날 자신이 없던거지요. 내 아내를 내 곁에서 떠나보내지 마세요. 차츰 차츰 한 발자욱씩 멀어지다 보면, 저 위의 할머니들 처럼 언젠가는 죽지 않아도 죽은이들처럼 지낼 수 있어요. 허리 꼿꼿한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엉거주춤 서릿발로 내딛으며 어떻게든 앞서가는 아내와 같이 가고 싶어하는 할아버지를 외면하고 먼저 내달립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만하면 이제 같이 손잡고 가실때도 됐건만 싶은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뒤 한 번 돌아봄 없이 앞서 가십니다. 그렇게 냉랭한 할머니를 만든 건, 엉거주춤하게 다리 힘도 없이 지팡이를 짚고 따라가는 할아버지의 책임이 절반입니다. 놓은 손 다시 잡는 일은 참 힘들어요. 아내로 하여금 내 손 놓게 하지 마세요. 시린 손 부벼가며 겨울 나다 보면, 남편 손이 간절한 게 아니라 원망스러워지거든요. 살다보면, 내 입맛, 내 식성, 내 옷 스타일, 제일 잘 아는 이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고, 내 아이의 까탈스러움, 내 아이의 버릇 습관, 아이의 성장까지 무리 없이 제일 정성스럽게 키워나갈 이가 내 옆에 있는 사람이고, 가족들의 웃음과 눈물을 심장과 뼈 마디 마디까지 전달 받을 이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이고, 내가 아프거나 아이가 아프거나 행여 다친다면, 내 부모보다 더 슬퍼하고 극진하게 간호할 이가 방금 내가 모진말 내 뱉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저는 제 남편의 소원이 큰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반대편에서 항상 웅크리고 있는 미움이 커져버리면 내 남편의 소원은 이세상에서 가장 이루기 힘든 소원이 될지도 몰라요. 그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아내의 조그만 상처에도 약 발라주고, 심장에 멍들지 않도록 한마디를 골라가며 응원해주듯이 부부, 그 작지만 큰 소원하나 들어주기 위해 만난 커플이라 생각하시면 안될까요? 오늘 내가 뱉은 말은 당장에는 독이 되지 않을지 몰라요. 그래서 당장에는 치명타를 입히지 않을지 몰라도 살다보면 그 말이 서서히 아내의 귓가를 떠나지 않아 결국엔 심장을 멈추고 피를 차갑게 하고, 눈물을 마르게 하고 잡은 손을 놓게 되요. 그러면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사이, '난 다음 생에서는 절대로 당신을 만나지 않을꺼야.' 라고 아내로부터 결별을 선언받게 됩니다. 살아 있지만, 같이 부대끼며 살고 있지만, 가장 슬픈 이별 아닐까요? 어쩔수 없이 난 지금 당신과 살고 있어.. 이 말이 얼마나 불행한지는 내 뱉는 사람이나 주워 들어야 하는 사람이나 깊이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지금 억지로 당신 아내로, 아이의 엄마로, 여자로 살고 있어..그러나 다시 태어나면 난 절대로 당신의 아내도 당신 아이도 가지고 싶지 않아.. 늦지 않았으니 이제라도 아내에게 '내 아내, 내 아이의 하나뿐인 엄마.' 라는 귀한 존경 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2강의> 강사 : 노희경(드라마작가) 주제 : 작가와 작품과 솔직함에 대하여 많은 사람 앞에 서보지를 않아서 정신이 없습니다. 강의를 맡겠다고 하고나서 고민을 했는데 고민이 안됐습니다. 계속 소리만 질렀습니다. 여기 오기 전에도 소리 몇 번 질렀어요. ‘못하겠다.’고...(웃음) 몇 가지 준비한 것은 이미 김수현선생님께서 너무나 말씀을 잘 하셔서...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웃음, 박수) 작가의 덕목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솔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하다는 것은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글을 쓰면서 내가 정말 이 말을 알고 하는 건지, 모르고 하는 건지, 아는 척을 하면서 하는 건지에 대한 고민을 제일 많이 합니다. 대부분의 답은 ‘모른다’입니다. 모르고 하는 말은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다가 택한 방법이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모르면 끊임없이 물어보아야 합니다. 반론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아! 그렇구나’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물어보아야 합니다. 내가 말하기 보다는 남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 합니다. 남의 말을 들으면 채워집니다. 드라마를 쓸 때도 말을 하고 들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대사를 써놓고 나 자신에게 자문을 했을 때 이것이 아는 척이고,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는 것이라 생각되면 아깝더라도 대사를 지웁니다. 갈수록 제 작품의 대사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말씀하셨던 ‘아는 척하지 마라’ ‘대사는 필요없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저는 다른 작가들과 비교했을 때 대사가 많은 작가입니다. 학생들에게 ‘잘못했지?’ 지적하면 ‘네’라는 대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실은 그런데 제가...’ 이렇게 또 자기가 ‘알고 있다’는 것을 변명합니다. 알고 있는 것은 알고 있는 거고, 이제는 모르는 부분에 대한 인정이 필요한 겁니다.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느낀 순간 변명하지 말고, 인정하고 고치면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변명하다 세월을 보냅니다. 요즘 드라마에는 말이 없습니다. 주인공들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말을 안합니다. 말 못하는 병에 걸린 건지, 정말 착한 건지도 구분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뒤에서 아무리 얘기해봤자 아무도 듣지 않습니다. 앞에서 얘기 하십시오. 모르고 했던 실수가 있다면 앞에서 솔직히 얘기하고, 앞에서 인정하십시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한편을 내보내고 나면 제가 했던 실수들을 알게 되고, 그 다음 드라마에서 고칩니다. 아는 것이 없는 게 창피한 일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이 창피한 일입니다. 듣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참 안 듣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작품이 발전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인과응보를 믿습니다. 날로 먹으려고 하지 말라! 작가의식을 강조하다보면, 사람들이 반발심으로 이렇게 물어옵니다. ‘너는 돈 필요 없냐?’...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밥을 먹으려고 드라마를 씁니다. 저는 밥이 참 신성합니다. 나에게 밥을 먹여주는 이 일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신성한 일에 잘난 척이나 자만은 해가 된다는 것을 이즈음에 알아갑니다. 많은 분들이 데뷔를 한 후 명맥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을, 헝그리정신이 없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벌어서 먹지 못하고 남의 돈으로 먹는 것을 창피하지 않게 여기는 생각들이 글을 상당히 방해한다고 봅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배가 고팠지만,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까 배고픔이 저에게는 별로 서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철이 없을 때라 그랬는지 갖가지 시련조차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됐습니다. 사람들은 허황되다고들 했습니다. 계속 읽고, 보고, 쓰고, 헝그리 정신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처음으로 멈춰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더 이상은 말만 하는 인간이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회사를 그만둔 후 1년 안에 데뷔를 못하면 그만두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게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습니다. 요즘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두렵습니다. 또다시 누군가의 죽음을 담보로 해야지만 정신을 차릴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처럼 우매하게 깨닫지 마십시오. 저는 너무 큰 대가를 치렀습니다. 글을 쓰고 나서부터 긍정적인 면이 많이 생겼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저에게 참 많은 것들을 가르쳐줬습니다. 데뷔 9년차밖에 안되지만 그 동안에 글은 참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밥도, 꿈도, 아버지와의 화해도... 드라마속 모든 나쁜 인물이 아버지였는데, 그 인물들을 이해하려 하다 보니 이제는 아버지도 밉지 않습니다. 글이 가져다 준 결과입니다. ‘작가’라는 모델 하나가 내 인생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교육원 시절에 참으로 막막했습니다. 만약 제가 그 때 돈이 있었다면 아마도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요즘 교육생들은 돈이 많아 보입니다. 그게 안타깝습니다. 사람은 배가 부르면 딴 생각을 하게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인생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방구석에 처박혀야 하는 일인데, 나가서 놀고 싶으면 안됩니다.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싶어 합니다. 돈을 벌면서 이 일이 힘들다고들 합니다. 저는 그런 얘기가 싫습니다. 친구들과 수다 떠드는 시간에 누군가는 쓰고 있습니다. 내가 푸념하는 시간에 누군가는 배우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떠들고도 싶고, 어디 가서 자랑도 하고 싶고, 글도 잘 쓰고 싶고... 사람들은 욕심이 참 많습니다. 배운 것을 적용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보면 뭐하고 들으면 뭐합니까, 적용을 안 하는데... 남 신경 쓰지 말고 자기에게 적용하십시오. 배운 것을 자랑하려 하지 말고, 사용하십시오. 배운 것은 사용하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나이 3,40대가 되면 알고 있는 지식이 평준화가 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아는 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검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제 드라마는 ‘틀’에 맞지 않는 드라마 같습니다. 개중에는 저를 일컬어 인터넷(매니아)이 만든 작가라고 얘기합니다. 인정합니다. 또한 그것이 저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괜찮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에게 관대하기 때문입니다. 자기에게 관대한 사람은 남에게도 관대합니다. 변명은 관대하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해서 자신을 욕하고 자멸하지 마십시오. 글 쓰는 것은 참선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참선처럼 그냥 앉아서 글 쓰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주변에서 ‘너 아직도 그 짓 하고 있냐’는 욕 듣기도 힘든데, 스스로한테까지 욕하지 마십시오. 나쁜 버릇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멈추고 안하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쓰지 않으셨다면 지금부터 쓰시면 됩니다. 여기까지입니다. 긴장을 해서 배가 다 아픕니다.(웃음, 박수) <질의응답> 작품을 끝내고 다음 작품을 시작할 때, 영감이나 모티브는 어떻게 얻습니까. 영감이나 모티브라는 말이 참 애매해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게 많은데 말예요. 대부분 전작에서 잘못했던 것들을 수정하는 쪽으로 많이 가는 것 같아요. 반성하고 극복하려고 합니다. 모든 나쁜 인물들이 아버지로 묘사되기도 했다는데, 아버지가 눈치를 채셨는지. 거기서 또 다른 진리를 배운 게, 정말 자기 자신은 모른다는 거였습니다. 실례로 아버지의 행동을 드라마에 똑같이 썼는데 아버지가 ‘저런 나쁜 놈이 어디 있냐’고 하셨습니다.(웃음) 기존 작품들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꽃보다 아름다워’를 예로 얘기하신다면. 남의 평가보다는 나 자신이 깨닫는 것 같습니다. 그 작품을 쓰면서 잘난 척을 좀 많이 했습니다. 예를 들면 그냥 봐도 되는데 자꾸만 말을 하고, 가르치려고 나레이션을 씁니다. 꼭 이후에 안다는 것이 병인데, 고쳐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바보 같은 사랑’은 선생님께서 공장에서 잠시 일할 때가 배경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직접체험이 많이 반영되는지. 직접체험도 있고 간접체험도 있지만, 솔직히 저는 작가들이 쓰는 전부는 작가가 직접 체험했다고 봅니다. 그 사람 수준이 그 작품의 수준인 것처럼. 현상을 똑같이 경험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느낌만은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시청률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작가라고 알려져 있는데. 잘못 알려진 것 같습니다. 저도 시청률에 신경 씁니다. 시청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은 오히려 작가로서 무책임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모르겠습니다. 없지 않을까요. 시청률에도 자유롭고 돈까지 버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 같아요. 명대사가 많은 편인데, 중요한 장면 대사를 몇 번이나 고치는지 너무 많이 고쳐 처음에 뭘 썼는지 모를 때도 있습니다. 저는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얘기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묻고,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드라마 소재나 아이디어는 어디서 구하시는지? 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하기도 하고, 지나가다 본 사람의 배경을 혼자 생각해보기도 하고... 대중없습니다. 드라마작가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이것만은 꼭 해라’하는 게 있다면. 이해심이 있어야 합니다. 용서는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선의, 동정입니다. 이해심은 상대가 나와 똑같은 입장에서 나오죠.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이해심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도 많습니다. 그리고 김수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책은 반드시 읽으십시오. 드라마작가로서 갖춰야 할 ‘기본’이 있다면? 인간에 대한 관심이 기본이 아닐까요. 다른 작가가 아니라 드라마작가라면 ‘냉소주의’는 배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세상이 냉소주의로 가고 있으니 역으로 따뜻해지십시오. 자기의 시니컬한 삶을 작품에 녹여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작가가 되고 나서 가장 좋았던 점, 힘들었던 점. 더 이상 욕 안 먹는 것이 좋고, 집안의 자랑이 되었으니 좋습니다. 늘 신인처럼 있어야 하는데... 어느 날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버릴 수 있다는 중압감, ‘너도 별 거 아니었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중압감이 힘들어서 남들보다 더 쓰고, 미리 쓰려고 노력합니다. 작가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주로 어떤 것들을 통해 경험을 쌓고 얻으시는지. 책을 읽고 나면 반드시 독후감을 씁니다.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습관입니다. ‘느낌’이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자기 느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버릇은 좋은 것 같습니다. 대화도 중요합니다. 상대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이해할 때까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얘기가 전달될 때까지 대화해야 합니다. 저는 누군가와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는 내가 아는 걸 얘기하지 않습니다. 모르니까 얘기하는 거거든요. 내가 알고 있는 걸 얘기하는 거라고 착각하지 마십시오. 마음으로 들으면 다 새롭습니다. 슬럼프라고 느낀 적이 있으신지,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저는 슬럼프에 정말 많이 빠집니다.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울어요. 참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많이 울고 나면 개운해지고 명료해지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자기가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내 뜻’대로 안돼서 슬럼프에 빠지는 거니까. 작품을 쓸 때 무엇을 가장 염두에 두시는지. 잘난 척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가장 큽니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보여줍니다. 자기 자신만이 압니다. 그것이 잘난 척인지 아닌지. 자기 자신에 대해 예민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식과 상식에 빠지지 말고, 느낌을 표현해야 합니다. 캐릭터는 어떻게 만드십니까? 자기를 관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안에서 다 나옵니다. 저를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저는 다중인격 같아요. 남을 봤을 때도 남이 가진 것에 대해 가만히 생각하면 다 나에게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일단은 나를 봅니다. 습작기 때 어떤 식으로 공부했는지. 교육원에서는 연수반까지 다녔습니다. 기초반에서도 떨어졌었습니다. 지금 신상일선생님께서 저 앞에 계시는데 저분이 절 떨어뜨렸어요.(웃음) 연수반도 떨어졌었습니다. 무조건 썼어요. 처음엔 말도 안되게 썼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밥먹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강가에 나가 있고 그랬으니까요.(웃음) 쓰면서 알아갔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옆에서 하는 얘기를 통해 알아갔어요. 저는 수정을 잘 하는 작가예요. 제가 허술하고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정 얘기가 들어와서 가만히 상대방의 얘기를 듣다보면 그 사람들이 맞을 때가 많아요. 단, 나와 상의된 부분만 수정을 하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존심도 상합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지켜야 될 자존심은 ‘방송된 완결본’이기 때문에 얘기하다보면 설득당할 때가 있고, 내가 상대를 설득할 때도 있어요. 스터디할 때 친구들의 공격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옆에 있는 친구들의 이해를 못 얻으면 천만 시청자를 어떻게 이해시키겠어요? 내부의 적들을 잠재워야 합니다. 스터디할 때의 충돌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꾸 싸우다보면 한가지씩 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난하고 배고팠던 교육원 시절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보내셨는지. 돈이 없었어요. 당시에 일주일 용돈은 만원정도로 책은 헌책방에서 사고, 비디오 하나 사고, 차비 쓰고, 커피 한잔 정도 했습니다. 감히 친구들과 모여 술을 먹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어요. 그건 데뷔 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데뷔했다고 일을 주는 건 아니잖아요. 제 작품은 당선을 시켜놓고도 방송도 안 나갔습니다. 그런 것들이 생활에 인이 배겼어요. 가난이 주는 재미도 있어요. 돈을 벌어보니까 가난이 주는 숭고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가난을 즐기는 것도 좋잖아요? 그냥 길거리에서 얘기하고... 저는 제가 살아온 대로 쓴다고 어느 날 감독이 그랬어요. ‘한겨울인데 왜 자꾸 바깥으로 도냐? 카페 좀 가자.’그러길래 ‘나는 카페를 잘 안가는데.’ 그랬어요.(웃음) 내 드라마에는 카페신이 거의 없어요. 거의 길거리에서 만나요. 그리고 회사 계단 같은데.(웃음) 한 선배가 ‘니 드라마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 하더라구요. ‘거짓말’이란 작품에서 주인공의 생활수준은 중류 이상인데 그들이 먹는 것은 떡볶이, 라면 그런 것들이라구요. 요즘엔 자꾸 다녀보려하는데 잘 안 맞아요. 좋은 것을 먹으면 설사하는 스타일이예요, 저는.(웃음) 결혼을 안 하신 걸로 아는데. 결혼은 돈이 많아서 안합니다. 재산분할이 걱정돼서. 가족들도 제가 작가 데뷔한 후 결혼하라는 말을 안합니다. 농담이기도 사실이기도 합니다. 두 가지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글을 선택해서 글과 삽니다. 혹시 영화제의를 받은 적은 없는지, 드라마가 가진 매력은 뭐라 생각하는지. 기성 드라마작가들은 거의 모두 영화제의를 받을 겁니다. 저는 안합니다. 저는 드라마가 좋아요. 문학을 전공하면서 사실 드라마를 업수이 여겼습니다. 그러나 작업을 하면서 느꼈습니다. 정말 대단한 작업이라는 걸. 겸손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설가들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같이 만나면 굉장히 잘난 척 합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남 무시하는 게 작가냐?’ 그렇게 생각합니다.(웃음, 박수) 제작비의 60% 이상이 배우에게 돌아가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톱스타를 데려올 능력이 없습니다. 신인과 어른들과 같이 작업하는 편입니다. 톱스타를 쓰는 사람들을 욕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들이 나와서 그만큼 장사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여러분은 배우보다 많은 개런티를 받는 작가가 되시길 바랍니다. ‘고독’ 모티브는 어디서 얻었고, 끝난 후의 느낌은? 고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망한 작품입니다. 고독을 쓰고 정말 많이 힘들었고, 내가 정말 잘난 척을 많이 했구나 싶어서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따위로 쓰면 망한다는 것을 철저히 가르쳐 준 작품입니다. 잘 나가면 잘 나가는 만큼 자만에 빠지고, 못 나가면 못나가는 만큼 반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타고난다? 타고나는 분이 개중에 있고, 대부분은 노력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노력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력은 하루, 이틀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합니다. 타고났다고 생각했던 김수현선생님도 오늘 뵈니 노력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못했습니다만 선생님께서는 강의내용을 수첩에 빽빽이 적어오셨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고, 그렇게 노력하면 작가가 안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를 라이벌로 생각하십니까(가르치시면서 저희에게서 가능성이 보입니까). 당연히 라이벌이고 동료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선배들이 ‘좋은 작가가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절복(折伏)해요. 정말 진심이시구나... 강의하면서 알았어요. 우리 반에서 한 작가가 나왔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청출어람이 기분 좋은 일이구나... 좋은 라이벌은 정말 필요합니다. 여러분과 작품으로 한번 피터지게 붙고 싶습니다. # by 수노 | 2005/10/10 07:47 | 트랙백
출처 : 방송작가협회
<제1강의> 강사 : 김수현(드라마작가) 주제 : 드라마작가의 자존심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36년 동안 강의를 단 한 번도 안 한 것은, 잘나서가 아니가 이런 일에 너무 서툰 사람이기 때문에 도망 다닌 거예요. 다른 사람이 한 시간 동안 할 얘기를 저는 5분이면 끝냅니다. 그러니 강의를 어떻게 다니겠어요. 강의 요청은 물론 많습니다. 강의는 저하고 안 맞는다 해서 그동안 사양하고, 고사하고, 지금까지 36년을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제가 대형 사고를 치는 날입니다.(웃음) 강의라는 것과 글을 쓴다는 것은 둘 다 말로 하는 일이죠. 그런데 쓰는 것과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예요. 제가 여기 나오기 전에 너무 걱정이 돼서, 제 홈페이지를 봤어요. 몇 개월 전에 ‘60초 인터뷰’라고 해서 질문을 받은 게 있는데 답변을 일일이 달았었거든요.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봤더니 글로는 너무너무 대답 잘했어요. 그런데 말은 그렇게 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양지하시고, 제가 침묵으로 들어가면 얼른 구원해주세요. 질문을 해준다든지... 부탁합니다. 몇 일전부터 이 일이 상당한 스트레스가 됐어요. 자, 무슨 옷을 입고 나가야 될까, 여기서부터요. 지금이 환절기라서 옷 입기가 우선 복잡했어요. 보통 저는 옷 입는 문제에 대해 비교적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지만, 이런 자리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더울까, 추울까, 어떤 색상이 좋을까. 근데 지금 입을 수 있는 옷이 푸른색 계통 파스텔톤 투피스와 이 빨간색 투피스밖에 없어요. 생각하다가 날도 그렇고 정신이나 확 들게 빨간 걸 입자 했습니다.(웃음) 그렇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이 친구들이 어떤 생각으로 그 장소에 나올까 궁금해졌어요. 어떤 분은 오다가다 길에서 만나기는 힘든 사람이니까 구경 좀 해보자 해서 나왔을 수도 있고, 또 어떤 분은 세상이 다 알게 악명 높은 할머니의 실체를 확인해보자 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분들은 이 양반에게서 한 두마디는 건질 게 있지 않을까 해서 나오셨지 않을까 믿습니다. 어떻게 나오셨든지 감사합니다. 날씨도 좋지 않은데 이렇게 많이 나와 주셔서. 그런데 전 사실 조금은 떨립니다.(웃음) 오늘 저는 여러분들 중에서 많은 숫자의 정말로 좋은 작가가 나와 주었으면 하는 열망에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작가에 대해 얘기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것은 교육원 강의에서도 많이 들으시겠지만 저는 제 식대로 하겠습니다.(박수) 저는 드라마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4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이 일을 하고 있는 ‘노인’입니다. 노인은 지혜자란 말도 있듯이, 제가 살아오면서 생각하고 결론지은 재산이 있습니다. 저는 인생을 ‘순간순간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일이건 작은 일이건간에. 오늘도 여러분들은 여기를 갈까, 남자친구를 만날까 그랬을 수도 있어요. 그럴 때 이 장소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얘기를 듣고 ‘아, 잘 왔다. 저 얘기는 나에게 약이 되겠다.’하면 옳은 선택을 한 거예요. 드라마작가를 목표로 하거나 아니거나를 불문하고, ‘나는 어떤 인간의 모습으로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다 갈 것인가’에 대해 깊이, 열심히 생각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생각을 해서 ‘이렇게 살고 싶다’고 결정을 하게 되면 그 쪽으로 노력하게 됩니다. 그리고 길게 살다 보면, 열심히 한 쪽으로 매진하다 보면 그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감히 저는 그렇게 살아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옳았다고 믿습니다. 이런 얘기 김새죠?(웃음) 그렇다고 해서 이중구조의 인간이 되라는 얘기는 결코 아닙니다. 저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진 사람을 혐오합니다. 저는 단 하나의 얼굴 밖에 없습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데뷔할 때부터 싸우면서 일을 시작했어요. 그 싸움이란 다름 아닌 ‘내가 수긍할 수 없는 어떠한 일을 강요받았을 때’ 참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의견이 틀릴 때 그 자리에서 즉각즉각 얘기하는 바람에 어른들로부터 충고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인식은 안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은 확실히 있습니다. ‘어떤 모습의 김수현이고 싶은가’가 저의 유일한 허영입니다. 저를 한마디로 집약해 말한다면 ‘자존심 결사 사수’입니다. 제대로 된 자존심을 사수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다는 것입니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것에 맞게 자기 자신의 모습을 정리정돈하고, 그것에 맞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열등감은 불필요합니다. 열등감은 피해의식을 불러오고 피해의식은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추기게 됩니다. 작가라면 자기 작품이 자기 자존심에, 가족에게, 친구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 작가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당당하게 살아왔고, 지금도 당당하고, 앞으로도 계속 당당하게 갈 것입니다. 자존심을 사수하면서 작가로 활동할 수 있으려면 책을 읽으세요. 요즘 사람들 너무너무 책을 안 읽습니다. 우리 세대 작가, 우리의 선배 작가는 책을 많이 읽어 기본적인 틀이 틀립니다. 선배 작가들은 기초가 튼튼하고, 작가소양이 풍부하셨습니다. 고전을 읽으세요. 동화에서부터 시작해 신화로 넘어가면 좋습니다. 모든 세계 문호들의 책을 섭렵하세요. 좋은 책은 두 번, 세 번 열심히 읽으세요. 그 다음에 현대문학(1930년대부터)을 훑는 식으로 모든 분야의 책을 다 읽으세요. 이 작업에 필요한 책이 한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책이라고 생긴 것은 다 보세요. 책을 안 읽으면 작가로서의 재산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작가는 무궁무진하게 풀어낼 수 있는 창고가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기본소양을 갖추지 않고 작가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오만합니다. 책을 볼 때 인물 이름, 사건 등을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읽어 넘어가고 잊어버리세요. 그러나 없어지지 않습니다. 연기처럼 내 창고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드라마작가가 모든 인생을 다 경험하고 살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간접경험을 직접경험처럼 내 것으로 받아들여 소화시켜서 토해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고전으로 남아 있는 책들은 인간 본연의 문제를 천착(천착)합니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인간은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본질은 같습니다. 드라마작가는 시대가 어떻게 흘러가든지 그 기본을 버리면 안 됩니다. 우리는 그것을 가지고 작업해야 합니다. 독서는 나의 닫혀있던 감성의 문을 열어주고, 나의 부족했던 사고 능력을 확장시켜주고, 사물에 대한 이해능력을 깊게 만들어 줍니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창작활동에 반드시 첫째가 되는 재산입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습니다. 저는 노력합니다. 저는 기본 재산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책을 많이 봤고, 작가가 되고 나서도 끊임없이 책을 봤습니다. 작가 자신이 뒤틀리지 않은 가치관을 확립하고, 균형 잡힌 성격을 갖춰야 합니다. 작가의 정신이 건강해야 합니다. 요즘 너무 이상한 드라마가 많습니다. 시청률이 자존심이라 믿는 작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인격장애 드라마가 양산되고 있습니다. 자존심은 스텝들이 일하는 데 지장이 없게 대본을 보내고,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본을 쓰는 게 바로 자존심이라 생각합니다. 내 일은 나 자신과의 투쟁입니다. 감독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하고, 대본 고치라면 고치면서 작가생활 하지 마세요. 재능과 실력과 능력을 갖추세요. 저는 시청자의 수준을 제 수준에 맞춰 놓고 씁니다. ‘나같은 사람이 본다.’고 생각하고 씁니다. 작품은 곧 작가의 수준입니다. 저는 수준 높은 작품을 원합니다. 작품은 치밀하고 또 치밀해야 합니다. 엉성하게 작업하지 마세요. ‘세공’으로 여겨야 합니다. 이야기꾼의 재능은 물론 있어야합니다. 이야기꾼이 되려면, 인물들을 일단 입체적(성격, 성장과정, 환경, 목표 등)으로 만들어 놓으세요. 그러면 이 인물들이 살아 저절로 얘기가 나옵니다. 나오는 인물의 모든 행위에 대해 보는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 라는 질문에 작가가 대답할 수 있어야 됩니다. 기본적인 필력은 있어야 합니다. 작가가 검증을 받는 것은 평생이 걸린다고 생각하세요. 작품 한 두 개로 인해 교만해 지지 말고, 늘 겸손해야 합니다. 드라마를 가지고 폼 잡지 말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마세요. 드라마는 내용이 있어야 됩니다. 나오는 인물 모두에 대한 이해, 연민, 애정이 없다면 드라마작업을 포기하세요. 체온이 없는, 향기가 없는 드라마밖에 나올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살인마 유영철의 보도를 보고 그냥 ‘무서워’, ‘나쁜 놈이구나.’하고 끝나면 작가가 아니에요. 어떤 경우에도 그 뒤를 궁금해 하고, 이해하려 하고, 알려고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시청률과 작품의 질은 별개입니다.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가족 홈드라마보다 시청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저는 제가 갖고 있는 IQ, EQ, MQ, CQ(문화지수)를 총 동원해서 썼던 작품이기 때문에 ‘완전한 사랑’에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작품은 저처럼 쓰세요. 시청률에 신경 쓰지 마세요. 그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끝내도 돼요? 시간 지났어? 그럼 여기서 스톱해.(웃음) 지금까지 얘기가 중언부언했을 겁니다. 미안합니다. 그래도 어떻게 한 시간이나 됐냐? 이건 기적이야 정말.(웃음, 박수) 마지막으로 총 결론을 낼게요. 어떤 경우에도 내 자존심에 상처를 내가면서, 자존심을 내놓고 거래하지 않아도 되는 작가가 되십시오. 그러려면 많이 갖추어야 됩니다. 자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박수) <질의응답> 선생님의 작품에 간혹 비슷한 인물이 나온다고도 하는데 사실인지. 의도적이라면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비슷한 인물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공통적으로 제 작품에 나오는 인물이라면 똑똑하고 잘 따지고, 안 지고, 말 잘하는 여자 캐릭터를 말하는 것 같은데, 의도적이지 않아요. 나는 말 못하는 드라마가 너무 싫어요. 할 말은 반드시 해야 하고 정확하게 해줘야 해요. 작가의 의지가 아닌 이상 대본을 한 자도 수정을 못하게 하신다는데 대사 때문에 연기자들이 힘들어하지는 않습니까? 애드립하면 어떻게 됩니까? 애드립하면 죽어요. 대본은 못 고쳐요. 재미있는 사실은 고칠 수가 없다는 거예요. 제 작품은 토시하나만 고쳐도 말이 안 됩니다. 그래서 배우들이 포기해요. 배우가 왜 고칩니까? 작가는 나예요. 배우는 내가 쓴 것을 최선을 다해 표현하는 역할을 해야 할 뿐입니다. 감독도 안 됩니다. 감독도 못 고쳐요.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할 만큼 좋은 대사의 비결은? 비결은 없어요. 열심히 연구해서 대사를 쓰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그냥 나와요. 내가 쓰는 말이고, 내가 아는 말들이예요. 여러분들, 대본을 쓸 때 컴퓨터 자판에 글자만 찍지 마세요. 인물들이 그림으로 다 잡혀야 돼요. 그래야 작업이 겉돌지 않습니다. 작은 녹음기를 들고 다니며, 생각날 때마다 녹음을 하신다던데? 사실 무근입니다. 나는 메모도 없습니다. 드라마작가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이것만은 꼭 해라’하는 게 있다면. 여태 한 얘기가 그거야. 지금까지 쓰신 드라마 속 인물들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 누구입니까. 이런 질문은 바보같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작품을 쓸 때는 내 모든 것을 투사시켜 만드는 인물을 만듭니다. 어느 인물이 더 낫고 어느 인물이 못하고는 없습니다. 작가가 아니었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요? 작가는 생업을 위해 시작했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모든 조건이 괜찮았다면 아마 지금쯤 판, 검사가 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후회는 없습니다. 아주 적성에 잘 맞는 일이 제 일이 돼서 행운이었고, 많이 감사합니다. 슬럼프에 빠지신 적은 없으세요? 슬럼프라는 것은 나 자신이 슬럼프로 생각하느냐,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느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남들이 슬럼프라고 생각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언제나 잘 된다면 ‘신’이죠. 잘 돼도, 못 돼도 내가 한 일예요. 저는 많이 속상해 하지도 않아요. ‘이번엔 아니네.’ 정도예요. 방송현실의 변화에 따른 차세대 작가의 나아갈 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사회현실이 어떻든지 드라마는 인간에 대한 천착이기 때문에 변할 것이 아닙니다. 작가라면 시대가 망가질수록 망가지기 전의 우리의 모습을 그려줘야 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썼던 특집극들은 인간을 말하는 것에서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다른 장르의 작가들보다 드라마작가가 더 좋은 점이 있다면? 내 경우에는 환금성. 작가답지 않은 발언인가? 신인작가에게 가장 바라는 점. 어떻게 하면 빨리 작품을 맡아서 빨리 뜰 수 있을까를 생각하지 마세요. 작가는 생각이 멋있어야 돼요. 작품다운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많이 나오기를 염원합니다. 감동과 재미 두 마리를 다 잡을 수 없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는지. 법정드라마의 재미와 멜로드라마의 재미는 틀려요. 재미, 감동... 둘 다 있으면 아주 좋죠. 그러나 보는 동안 어떤 무엇인가 흡인력이 있는 게 없다면(그것을 재미라 말해도 좋습니다), 채널을 고정시킬 수 있는 흡인력이 없다면 마지막에 감동도 없어요. 작품을 쓸 때 무엇을 가장 염두에 두시는지. 캐릭터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죠. 저는 심플한 데서 출발해요. 사랑이 뭐길래 - 진보와 보수, 두 집안의 충돌 은사시나무 - 이 세상에 외롭고 불쌍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부모님전상서 - 옛날로 돌아가자 이렇게 심플해요. 시청률에 대한 생각 작가가 시청률 좀 올려보자, 해서 오르는 게 결코 아닙니다. 시청률이 낮고 싶은 작가는 없습니다. 뚜껑은 열어봐야 합니다. 시청률엔 신경 쓰지 말고 작업하세요. 그리고 여럿이 모인 합동작업이 아니라 혼자서 작업할 수 있는 작가가 되세요. 그래야 그게 나의 작업이고 내 일입니다. 합동작업은 모자이크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력들을 갖추세요. 드라마라는 것은 흐름인데, 음악과 같은데, 어떻게 이 사람 저 사람이 작업을 하는지... 불가사의해요.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쓰시는지? 당신을 위해 어떻게 쓰시는지? 맞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돼요. 제가 받는 대우는 제 가치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쌓아 놓지는 못했습니다. 나눠 쓰는 편입니다. 많이 씁니다. 좋은 걸 좋아하고, 예쁜 걸 좋아합니다. 그런데 내 자신을 위해 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선생님의 인생관과 가치관과 거기에 영향을 준 사람이나 경험? 인생관, 가치관은 이미 장황하게 얘기했습니다. 작품이 곧 나예요. ‘자존심을 사수하라’가 나의 가치관입니다. 나는 무수한 독서를 하면서, 지금 나의 모습을 책에서 건졌어요. 요즘 엽기적인 발상이나 특이한 발상 풍조로 흘러가는 듯한데, 공모에 대한 생각과 조언을 해주세요. 저는 그냥 제가 썼는데... (웃음) 풍조, 시류를 신경 쓰지 말아요. 좋은 대본이면 됩니다. 엽기가 왜 나왔을까요? 자극 때문에 나온 거예요. 자극으로 한판 승부를 보자는 건 그만큼 자기 작품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에요. 정말 자기 작품에 대해 창피하지 않아야 해요. 나는 지금 풍조에 대해 걱정이 많습니다. 콩쥐팥쥐, 신데렐라 다 똑같아요. 그것도 지능이 낮은 콩쥐팥쥐, 인생을 날로 먹자는 신데렐라. 이런 것을 써서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다른 것들을 생각하세요. 작가는 작가다워야 합니다. 작가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요즘엔 아무나 드라마작가 된다고 그러잖아요. 너무너무 내공도 없고 기초도 없는 작가들을 마구마구 양산했고, 그런 감독들을 마구 양산한데다가, 방송사에 채널이 너무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양질이 아닌 엉성한 드라마들이 시간을 메울 수밖에 없잖아요. 이건 문제가 있습니다. 드라마를 얕보지 마세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얘기는 ‘드라마니까’예요. 그 소리는 마치 ‘쓰레기니까’로 들려요. 대단히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좋은 작가들이 돼 주세요. 기대합니다.(박수) 우리 이사장님께서 공모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답변하시겠답니다. (박정란 이사장 추가답변) 제가 방송작가 중에서는 공모심사를 많이 한 사람이에요. 경험이 많으니까 얘기하는데요, 엽기라고 해서 절대 공모에 당선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작가들이 심사위원이 됩니다. 작가들은 작품성이 있고, 감동이 있어야지 그것을 당선시킵니다. 지금 MBC도 KBS도 최우수작이 없는데, 왜 최우수작이 없냐... 그만한 감동을 줄만한 작품성이 있는 작품이 없기 때문입니다. 심사할 때 가능하면 여러분에게 희망을 줘야하고 어지간하면 당선시키고 싶지만, 그런 수준의 작품이 갈수록 떨어집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면 당선하나’ 이런 궁리를 하지 마시고, 좋은 작품을 쓰세요. 심사위원을 감동시킬 수 있는 좋은 작품.제가 감히 공언하니까 그렇게 준비해주시면 되겠습니다.(박수) 마무리 말씀 한마디 해주세요. 제가 많이 떨며 나온 것보다는 우선 시간을 메꿨으니까 성공으로 알고 가겠습니다.(웃음, 박수) 시간 낭비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박수) # by 수노 | 2005/10/10 07:47 | 트랙백
제41항 조사는 그 앞말에 붙여 쓴다
꽃이 꽃마저 꽃밖에 꽃에서부터 꽃으로만 꽃이나마 꽃이다 꽃입니다 꽃처럼 어디까지나 거기도 멀리는 웃고만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조사는 독립성이 없기 때문에 다른 단어 뒤에 종속적(從屬的)인 관계로 존재한다. 조사는, 그것이 결합되는 체언이 지니는 문법적 기능을 표시하므로, 그 앞의 단어에 붙여 쓰는 것이다. 조사가 둘 이상 겹쳐지거나, 조사가 어미 뒤에 붙는 경우에도 붙여 쓴다. 집에서처럼 학교에서만이라도 여기서부터입니다 어디까지입니까 나가면서까지도 들어가기는커녕 아시다시피 옵니다그려 "알았다."라고 제42항 의존 명사는 띄어 쓴다. 아는 것이 힘이다. 나도 할 수 있다. 먹을 만큼 먹어라. 아는 이를 만났다. 네가 뜻한 바를 알겠다. 그가 떠난 지가 오래다. 의존 명사는 의미적 독립성은 없으나 다른 단어 뒤에 의존하여 명사적 기능을 담당하므로, 하나의 단어로 다루어진다. 독립성이 없기 때문에, 앞 단어에 붙여 쓰느냐 띄어 쓰느냐 하는 문제가 논의의 대상이 되었지만,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쓴다는 원칙에 따라 띄어 쓰는 것이다. 동일한 형태가 경우에 따라 다르게 쓰이는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들'이 '남자들, 학생들'처럼 하나의 단어에 결합하여 복수를 나타내는 경우는 접미사로 다루어 붙여 쓰지만, 쌀, 보리, 콩, 조, 기장 들을 오곡(五穀)이라 한다. 와 같이, 두 개 이상의 사물을 열거하는 구조에서 '그런 따위'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ㅂ, ㄷ, ㄱ 등은 파열음이다.'처럼 쓰이는 '등'도 마찬가지다. (2) '뿐'이 '남자뿐이다, 셋뿐이다'처럼 체언 뒤에 붙어서 한정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접미사로 다루어 붙여 쓰지만, 웃을 뿐이다. 만졌을 뿐이다. 와 같이, 용언의 관형사형 '-을' 뒤에서 '따름'이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3) '대로'가 '법대로, 약속대로'처럼 체언 뒤에 붙어서 '그와 같이'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조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아는 대로 말한다. 약속한 대로 이행한다. 와 같이,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그와 같이'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4) '만큼'이 '여자도 남자만큼 일한다. 키가 전봇대만큼 크다.'처럼 체언 뒤에 붙어서 '그런 정도로'라는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조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볼 만큼 보았다. 애쓴 만큼 얻는다. 와 같이,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그런 정도로' 또는 '실컷'이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5) '만'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이것은 그것만 못하다.'처럼 체언에 붙어서 한정 또는 비교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조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떠난 지 사흘 만에 돌아왔다. 온 지 1년 만에 떠나갔다. 와 같이 경과한 시간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6) '집이 큰지 작은지 모르겠다.'처럼 쓰이는 '-지'는 어미의 일부이므로 붙여 쓰지만, 그가 떠난 지 보름이 지났다. 그를 만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와 같이,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경과한 시간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7) '차(次)'가 '연수차(硏修次) 도미(渡美)한다.'처럼 명사 뒤에 붙어서 '…하려고'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접미사로 다루어 붙여 쓰지만, 고향에 갔던 차에 선을 보았다. 와 같이,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어떤 기회에 겸해서'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8) '판'이 '노름판, 씨름판, 웃음판'처럼 쓰일 때는 합성어를 이루는 명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바둑 한 판 두자. 장기를 세 판이나 두었다. 와 같이, 수 관형사 뒤에서 승부를 겨루는 일의 수효를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제43항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쓴다. 한 개 차 한 대 금 서 돈 소 한 마리 옷 한 벌 열 살 조기 한 손 연필 한 자루 버선 한 죽 집 한 채 신 두 켤레 북어 한 쾌 다만,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리어 쓰이는 경우에는 붙여 쓸 수 있다. 두시 삼십분 오초 제일과 삼학년 육층 1446년 10월 9일 2대대 16동 502호 제1실습실 80원 10개 7미터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수량 단위 불완전 명사)는 그 앞의 수관형사와 띄어 쓴다. 나무 한 그루 고기 두 근 열 길 물 속 은 넉 냥(-쭝) 바느질 실 한 님 엽전 두 닢 금 서 돈(-쭝) 토끼 두 마리 논 두 마지기 쌀 서 말 물 한 모금 실 한 바람 장작 한 바리 열 바퀴 새끼 두 발 국수 한 사리 벼 석 섬 밥 한 솔 흙 한 줌 집 세 채 밤 한 톨 김 네 톳 풀 한 포기 다만 수관형사 뒤에 의존 명사가 붙어서 차례를 나타내는 경우나, 의존 명사가 아라비아 숫자 뒤에 붙는 경우는 붙여 쓸 수 있도록 하였다. 제일 편→제일편 제삼 장→제삼장 제칠 항→제칠항 '제-'가 생략된 경우라도, 차례를 나타내는 말일 때는 붙여 쓸 수 있다. (제)이십칠 대→이십칠대 (제)오십팔 회→오십팔회 (제)육십칠 번→육십칠번 (제)구십삼 차→구십삼차 다음과 같은 경우에도 붙여 쓸 수 있다. (제)일 학년→일학년 (제)구 사단→구사단 (제)칠 연대→칠연대 (제)삼 층→삼층 (제)팔 단→팔단 (제)육 급→육급 (제)16 통→16통 (제)274 번지→274번지 제1 연구실→제1연구실 또, 연월일, 시각 등도 붙여 쓸 수 있다. 일천구백팔십팔 년 오 월 이십 일→일천구백팔십팔년 오월 이십일 여덟 시 오십구 분→여덟시 오십구분 다만, 수효를 나타내는 '개년, 개월, 일(간), 시간' 등은 붙여 쓰지 않는다. 삼 (개)년 육 개월 이십 일(간) 체류하였다. 그러나 아라비아 숫자 뒤에 붙는 의존 명사는 모두 붙여 쓸 수 있다. 35원 70관 42마일 26그램 3년 6개월 20일간 제44항 수를 적을 적에는 '만(萬)' 단위로 띄어 쓴다. 십이억 삼천사백오십육만 칠천팔백구십팔 12억 3456만 7898 십진법(十進法)에 따라 띄어 쓰던 것을 '만' 단위로 개정하였다. 따라서 '만, 억, 조' 및 '경(京), 해(垓), 자(?)' 단위로 띄어 쓰는 것이다. 십진법에 의하여 띄어 쓰면, 그것이 합리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너무 작게 갈라 놓는 것이 되어서, 오히려 의미 파악에 지장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리하여 아라비아 숫자로 금액을 표기할 때 쉼표를 치는 것처럼 세 자리 단위로 띄어서, 십 이억삼천사백 오십육만칠천 육백구십팔(1,234,567,698 ) 과 같이 띄느냐 하는 문제도 검토되었으나, '십'과 '이억', '사백'과 '오십육만'이 떨어지는 등 불합리한 형식이 되므로, '만, 억, 조, ...' 단위로 띄어 쓰기로 한 것이다. 삼천이백사십삼조 칠천팔백육십칠억 팔천구백이십칠만 육천삼백오십사 3243조 7867억 8927만 6354 다만, 금액을 적을 때는 변조(變造) 등의 사고를 방지하려는 뜻에서 붙여 쓰는 게 관례로 되어 있다. 일금 : 삼십일만오천육백칠십팔원정. 돈 : 일백칠십육만오천원임. 제45항 두 말을 이어 주거나 열거할 적에 쓰이는 말들은 띄어 쓴다. 국장 겸 과장 열 내지 스물 청군 대 백군 책상, 걸상 등이 있다 이사장 및 이사들 사과, 배, 귤 등등 사과, 배 등속 부산, 광주 등지 (1) '겸(兼)'은 한 가지 일 밖에 또 다른 일을 아울러 함을 뜻하는 한자어 형태소다. '국장 겸 과장' 같은 경우, 한문 구조에서는 '겸'이 뒤의 '과장'을 목적어로 취하는 타동사로 설명되는 것이지만, 국어에서는 '뽕도 딸 겸 임도 볼 겸'처럼 관형어의 수식을 받는 구조로도 사용되므로, 의존 명사로 다루어지고 있다. 장관 겸 부총리 친구도 만날 겸 구경도 할 겸 (2) '청군 대 백군'의 경우도, 한문 구조에서는 '대(對)'가 뒤의 '백군'을 목적어로 취하는 타동사로 설명되지만, 예컨대 '윗마을 대 아랫마을, 다섯 대 셋'처럼 고유어 사이에서 '상대하는', 또는 '짝이 되는, 비교되는' 같은 뜻을 나타내기도 하므로, 의존 명사로 다루어지고 있다. 한국 대 일본 남자 대 여자 5 대 3 그러나 '대(짝)를 이룬다.'처럼 쓰이는 경우는 자립 명사이며, 또 '대미(對美) 수출, 대일(對日) 무역'과 같이, '대'가 앞뒤 두 단어에 관계되지 않는 구조일 때는, 뒤의 형태소와 결합하여 하나의 단어를 형성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3) '내지(乃至)'는, 순서나 정도를 나타내는 데 그 중간을 줄일 때 쓰는 말이라고 풀이되고 있으나, 흔히 '혹은, 또는' 같은 뜻을 표시하므로, 접속 부사로 다루어 띄어 쓴다. 하나 내지 넷 열흘 내지 보름 경주 내지 포항 (4) '및'은 '그 밖에도 또, …와 또'처럼 풀이되는 접속 부사이므로 띄어 쓰는 것이다. 위원장 및 위원들 사과 및 배, 복숭아 (5) '등(等), 등등(等等), 등속(等屬), 등지(等地)' 따위는 열거의 뜻을 표시하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ㄴ, ㄹ, ㅁ, ㅇ 등은 울림소리다. 과자, 과일, 식혜 등등 먹을 것이 많다. 사과, 배, 복숭아 등속을 사 왔다. 충주, 청주, 대전 등지로 돌아다녔다. 제46항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적에는 붙여 쓸 수 있다. 그때 그곳 좀더 큰것 이말 저말 한잎 두잎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글을 띄어 쓰는 것은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한 음절로 이루어진 단어가 여럿 이어지는 경우, 좀 더 큰 이 새 집 처럼 띄어 쓰면 기록하기에도 불편할 뿐 아니라, 시각적 부담을 가중시킴으로써 독서 능률이 감퇴(減退)될 염려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좀더 큰 이 새집 처럼 붙여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곳 저 곳→이곳 저곳 내 것 네 것→내것 네것 이 집 저 집→이집 저집 한 잔 술→한잔 술 그러나 이 허용 규정은 단음절어인 관형사와 명사, 부사와 부사가 연결되는 경우와 같이, 자연스럽게 의미적으로 한 덩이를 이룰 수 있는 구조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훨씬 더 큰 새 집→(×)훨씬 더큰 새집 더 큰 이 새 책상→(×)더큰 이새 책상 처럼, 한 개 음절로 된 단어는 무조건 붙여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음절어이면서 관형어나 부사인 경우라도, 관형어와 관형어, 부사와 관형어는 원칙적으로 띄어 쓰며, 또 부사와 부사가 연결되는 경우에도 더 못 간다(×더못 간다) 꽤 안 온다(×꽤안 온다) 늘 더 먹는다(×늘더 먹는다) 와 같이, 의미적 유형이 다른 단어끼리는 붙여 쓰지 않는 게 원칙이다. 제47항 보조 용언은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 (ㄱ을 원칙으로 하고, ㄴ을 허용함.) ㄱ ㄴ 불이 꺼져 간다. 불이 꺼져간다. 내 힘으로 막아 낸다. 내 힘으로 막아낸다. 어머니를 도와 드린다. 어머니를 도와드린다. 그릇을 깨뜨려 버렸다. 그릇을 깨뜨려버렸다. 비가 올 듯하다. 비가 올듯하다. 그 일은 할 만하다. 그 일은 할만하다. 일이 될 법하다. 일이 될법하다. 비가 올 성싶다. 비가 올성싶다. 잘 아는 척한다. 잘 아는척한다. 다만, 앞 말에 조사가 붙거나 앞말이 합성 동사인 경우, 그리고 중간에 조사가 들어갈 적에는 그 뒤에 오는 보조 용언은 띄어 쓴다. 잘도 놀아만 나는구나! 책을 읽어도 보고……. 네가 덤벼들어 보아라. 강물에 떠내려가 버렸다. 그가 올 듯도 하다. 잘난 체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보조 용언은, (1) '-아/-어' 뒤에 연결되는 보조 용언, (2) 의존 명사에 '-하다'나 '-싶다'가 붙어서 된 보조 용언을 가리킨다. 제15항 붙임(1)에서 다루어진 '늘어나다, 돌아가다, 접어들다'처럼, '-아/-어' 뒤에 다른 단어가 붙어서 된 단어의 예가 퍽 많다. 그리고 예컨대 '놀아나다, 늘어나다'에서의 '나다'와 '고난을 겪어 났다.'에서의 '나다'는 차이가 있는 것이지만, 얼른 생각하기로는 양자의 구별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아/-어' 뒤에 딴 단어가 연결되는 형식에 있어서,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단어로 다루어 붙여 쓰고, 어떤 경우에는 두 단어로 다루어 띄어 써야 하는지, 명확하게 분별하지 못하는 곤혹을 겪기가 쉽다. 그리하여 '-아/-어' 뒤에 붙는 보조 용언을 붙여 쓰자는 의견이 많았으나, 각 단어는 띄어 쓴다는, 일관성 있는 표기 체계를 유지하려는 뜻에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한 것이다. 보조 용언 원 칙 허 용 가다(진행) 늙어 간다, 되어 간다 늙어간다, 되어간다 가지다(보유) 알아 가지고 간다 알아가지고 간다 나다(종결) 겪어 났다, 견뎌 났다 겪어났다, 견뎌났다 내다(종결) 이겨 낸다, 참아 냈다 이겨낸다, 참아냈다 놓다(보유) 열어 놓다, 적어 놓다 열어놓다, 적어놓다 대다(강세) 떠들어 댄다 떠들어댄다 두다(보유) 알아 둔다, 기억해 둔다 알아둔다, 기억해둔다 드리다(봉사) 읽어 드린다 읽어드린다 버리다(종결) 놓쳐 버렸다 놓쳐버렸다 보다(시행) 뛰어 본다, 써 본다 뛰어본다, 써본다 쌓다(강세) 울어 쌓는다 울어쌓는다 오다(진행) 참아 온다, 견뎌 온다 참아온다, 견뎌온다 지다(피동) 이루어진다, 써진다, 예뻐진다 그러나 '-아/-어' 뒤에 '서'가 줄어진 형식에서는 뒤의 단어가 보조 용언이 아니므로, 붙여 쓰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 (시험삼아)고기를 잡아 본다→잡아본다. <허용> 고기를 잡아(서) 본다(×잡아본다). (그분의) 사과를 깎아 드린다→깎아드린다. <허용> 사과를 깎아(서) 드린다(×깎아드린다). 한편, 의존 명사 '양, 척, 체, 만, 법, 듯' 등에 '-하다'나 '-싶다'가 결합하여 된 보조 용언(으로 다루어지는 것)의 경우도 앞 말에 붙여 쓸 수 있다. 보조 용언 원 칙 허 용 양하다 학자인 양한다. 학자인양한다. 체하다 모르는 체한다. 모르는체한다. 듯싶다 올 듯싶다. 올듯싶다. 뻔하다 놓칠 뻔하였다. 놓칠뻔하였다. 다만, 의존 명사 뒤에 조사가 붙거나, 앞 단어가 합성 동사인 경우는 (보조 용언을) 붙여 쓰지 않는다. 조사가 개입되는 경우는, 두 단어(본 용언과 의존 명사) 사이의 의미적, 기능적 구분이 분명하게 드러날 뿐 아니라, 제42항 규정과도 연관되므로, 붙여 쓰지 않도록 한 것이다. 또, 본 용언이 합성어인 경우는, '덤벼들어보아라, 떠내려가버렸다'처럼 길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띄어 쓰도록 한 것이다. 아는 체를 한다(×아는체를한다). 비가 올 듯도 한다(×올듯도하다). 값을 물어만 보고(×물어만보고). 믿을 만은 하다(×믿을만은하다). 밀어내 버렸다(×밀어내버렸다). 잡아매 둔다(×잡아매둔다). 매달아 놓는다(×매달아놓는다). 집어넣어 둔다(×집어넣어둔다). '물고늘어져 본다, 파고들어 본다' 같은 경우도 이에 준한다. 그런데 합성 동사 뒤에 연결되는 보조 용언을 붙여 쓰지 않도록 한 것은, 그 표기 단위가 길어짐을 피하려는 것이므로, 예컨대 나-가 버렸다→나가버렸다 빛-나 보인다→빛나보인다 손-대 본다→손대본다 잡-매 준다→잡매준다 따위처럼, 단음절로 된 어휘 형태소가 결합한 합성어 뒤에 연결되는 보조 용언을 붙여 쓸 수 있다. 그리고 기억해 둘 만하다 읽어 볼 만하다 도와 줄 법하다 되어 가는 듯하다 처럼 보조 용언이 거듭되는 경우는 기억해둘 만하다 읽어볼 만하다 도와줄 법하다 되어가는 듯하다 와 같이, 앞의 보조 용언만을 붙여 쓸 수 있다. 제48항 성과 이름, 성과 호 등은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등은 띄어 쓴다. 김양수(金良洙) 서화담(徐花潭) 채영신 씨 최치원 선생 박동식 박사 충무공 이순신 장군 다만, 성과 이름, 성과 호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띄어 쓸 수 있다. 남궁억/남궁 억 독고준/독고 준 황보지봉(皇甫芝峰)/황보 지봉 성명에 있어서, 성과 이름은 별개 단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곧, 성은 혈통을 표시하며, 이름은 특정한 개인에게만 부여된 식별부호(識別符號)이므로, 순수한 고유 명사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성과 이름을 띄어 쓰는 게 합리적이긴 하지만,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들에서는 성명을 붙여 쓰는 것이 통례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붙여 쓰는 게 관용 형식이라 할 것이다. 더구나, 우리 민족의 성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거의 모두 한 글자(음절)로 되어 있어서, 보통 하나의 단어로 인식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성과 이름은 붙여 쓰기로 한 것이다. 이름과 마찬가지 성격을 지닌 호(號)나 자(字)가 성에 붙는 형식도 이에 준한다. 최학수(崔學洙) 김영애(金榮愛) 유버들(柳- ) 정송강(鄭松江) ('송강'은 호) 이태백(李太白) ('태백'은 자) 다만, 예컨대 '남궁수, 황보영' 같은 성명의 경우, '남/궁수, 황/보영'인지 '남궁/수, 황보/영'인지 혼동될 염려가 있는 것이므로, 성과 이름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을 때에는 띄어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편, 성명 또는 성이나 이름 뒤에 붙는 호칭어나 관·직명(官職名) 등은 고유 명사와 별개의 단위이므로 띄어 쓴다. 호나 자 등이 성명 앞에 놓이는 경우도 띄어 쓴다. 강인구 씨 강 선생 인구 군 총장 정영수 박사 백범 김구 선생 계 계장(桂係長) 사 사장(史社長) 여 여사(呂女史) 주 주사(朱主事) 우리 한자음으로 적는 중국 인명의 경우도 본항 규정이 적용된다. 소정방(蘇定方) 이세민(李世民) 장개석(莊介石) 제49항 성명 이외의 고유 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다. (ㄱ을 원칙으로 하 고, ㄴ을 허용함.) ㄱ ㄴ 대한 중학교 대한중학교 한국 대학교 사범 대학 한국대학교 사범대학 예컨대, '한국 정신 문화 연구원'처럼 단어별로 띄어 쓰면, '한국, 정신, 문화, 연구원'의 네 개 단어가 각각 지니고 있는 뜻은 분명하게 이해되지만, 그것이 하나의 대상으로 파악되지 않는 단점도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둘 이상의 단어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고유 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붙여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단위'란, 그 고유 명사로 일컬어지는 대상물의 구성 단위를 뜻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다시 말하면, 어떤 체계를 가지는 구조물에 있어서, 각각 하나의 독립적인 지시 대상물로서 파악되는 것을 이른다. 예컨대 '서울 대학교 인문 대학 국어 국문학과'는 '서울 대학교 / 인문 대학 / 국어 국문학과'의 세 개 단위로 나누어지고, '한국 상업 은행 재동 지점 대부계'는 '한국 상업 은행 / 재동 지점 / 대부계'의 세 개 단위로 나누어진다. (원칙) 서울 대공원 관리 사무소 관리부 동물 관리과 (허용) 서울대공원관리사업소 관리부 동물관리과 (원칙) 한국 방송 공사 경영 기획 본부 경영 평가실 경영 평가 분석부 (허용) 한국방송공사 경영기획본부 경영평가실 경영평가분석부 '부설(附設), 부속(附屬), 직속(直屬), 산하(傘下)' 따위는 고유 명사로 일컬어지는 대상물이 아니라, 그 대상물의 존재 관계(형식)를 나타내는 말이므로, 원칙적으로 앞뒤의 말과 띄어 쓴다. (원칙) 학술원 부설 국어 연구소 (허용) 학술원 부설 국어연구소 (원칙) 대통령 직속 국가 안전 보장 회의 (허용) 대통령 직속 국가안전보장회의 다만, '부속 학교, 부속 국민 학교, 부속 중학교, 부속 고등 학교' 등은 교육학 연구나 교원 양성을 위하여 교육 대학이나 사범 대학에 부속시켜 설치한 학교를 이르므로, 하나의 단위로 다루어 붙여 쓸 수 있는 것이다. (원칙) 서울 대학교 사범 대학 부속 고등 학교 (허용)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의학 연구나 의사 양성을 위하여 의과 대학에 부속시켜 설치한 병원의 경우도 이에 준한다.. (원칙) 한국 대학교 의과 대학 부속 병원 (허용) 한국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제50항 전문 용어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다. (ㄱ을 원칙으로 하고, ㄴ을 허용함.) ㄱ ㄴ 만성 골수성 백혈병 만성골수성백혈병 중거리 탄도 유도탄 중거리탄도유도탄 전문 용어란, 특정의 학술 용어나 기술 용어를 말하는데, 대개 둘 이상의 단어가 결합하여 하나의 의미 단위에 대응하는 말, 곧 합성어의 성격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붙여 쓸 만한 것이지만, 그 의미 파악이 쉽도록 하기 위하여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편의상 붙여 쓸 수 있도록 하였다. 원 칙 허 용 만국 음성 기호 (萬國音聲記號) 만국음성기호 모음 조화 (母音調和) 모음조화 긴급 재정 처분 (緊急財政處分) 긴급재정처분 무한 책임 사원 (無限責任社員) 무한책임사원 배당 준비 적립금 (配當準備積立金) 배당준비적립금 손해 배상 청구 (損害賠償請求) 손해배상청구 관상 동맥 경화증 (冠狀動脈硬化症) 관상동맥경화증 급성 복막염 (急性腹膜炎) 급성복막염 지구 중심설 (地球中心說) 지구중심설 탄소 동화 작용 (炭素同化作用) 탄소동화작용 해양성 기후 (海洋性氣候) 해양성기후 두 팔 들어 가슴 벌리기 두팔들어가슴벌리기 무릎 대어 돌리기 무릎대어돌리기 여름 채소 가꾸기 여름채소가꾸기 다만, 명사가 용언의 관형사형으로 된 관형어의 수식을 받거나, 두 개(이상의) 체언이 접속 조사로 연결되는 구조일 때는 붙여 쓰지 않는다. 간단한 도면 그리기 쓸모 있는 주머니 만들기 아름다운 노래 부르기 바닷말과 물고기 기르기 두 개(이상의) 전문 용어가 접속 조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전문 용어 단위로 붙여 쓸 수 있다. 감자찌기와 달걀삶기 기구만들기와 기구다루기 도면그리기와 도면읽기 (뱀다리) 전에..어느 분이 띄어쓰기에 대해서 궁금해 하셔서...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올려봅니다. 띄어쓰기 정말 어렵죠...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저도 위에 것 다 알지는 못합니다. 저도 많이 배워야겠죠... 한글날을 국경일로!!! 한글사랑 나라사랑!!!
26. [일체] 와 [일절]
일체와 일절은 모두 표준말입니다. 그러나 그 뜻과 쓰임이 다르기 때문에 주의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一切의 切은 '모두 체'와 '끊을 절', 두 가지 음을 가진 말입니다. 일체는 모든 것, 온갖" "것이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일절은 전혀, 도무지, 통의 뜻으로 사물을 부인하거나" 금지할 때 쓰는 말입니다. 몇 개의 예문을 통해 그 뜻을 명확히 하도록 하지요. "「그는 담배를 일절 피우지 않습니다.」,「학생의 신분으로 그런 행동은 일절 해서는 안됩니다.」,「안주 일체 무료입니다.」,「스키 용품 일체가 있습니다.」" 27. [홀몸] 과 [홑몸] "'홀'은 접두사로 짝이 없고 하나뿐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홀아비, 홀어미, 홀소리" "등이 그 예입니다. 이에 대해 '홑'은 명사로 겹이 아닌 것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홑껍데기," "홑닿소리, 홑소리, 홑치마 따위가 그 예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홀'과 '홑'이 몸과 결합되면 그 뜻이 달라집니다. '홀몸'은 아내 없는 몸, "남편 없는 몸, 형제 없는 몸을 뜻하는 말이니 곧 '독신'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이에 대해 '홑몸'은 아기를 배지 않은 몸, 수행하는 사람이 없이 홀로 가는 몸이니 '단신'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러니 임신한 여자에게 "홀몸이 아니니 몸조심하십시오.""라는" 말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28. [빛] 과 [볕] "'빛'은 광(光)이나 색(色)을 나타내는 말로「강물 빛이 파랗다.」,「백열등 빛에 눈이 부시다.」가 그 예입니다. '볕'은 볕 양(陽), 즉 햇빛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따뜻하고 "밝은 기운을 이르는 말입니다. 「볕이 좋아야 곡식이 잘 익는다.」,「볕 바른 남향집을" 짓는다.」등이 그 예입니다. "빛이 색을 의미할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햇빛과 햇볕을 의미할 때는 많은 분들이 혼동을" "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햇빛이 따뜻하다, 햇빛에 옷을 말린다 등은 바른 말이 아닙니다. 둘 다 햇볕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볕 또는 햇볕의 뒤에 '∼을'이 오면 '벼츨, "해뼈츨'이라고 발음하면 안 되고 반드시 '벼틀, 해벼틀'이라고 발음해야 합니다. " 29. [예부터] 와 [옛부터] "'옛'과 '예'는 뜻과 쓰임이 모두 다른 말인데도, '예'를 써야 할 곳에 '옛'을 쓰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옛은 '지나간 때의'라는 뜻을 지닌 말로 다음에 반드시 꾸밈을 받는 말이 "이어져야 합니다. 예는 '옛적, 오래 전'이란 뜻을 가진 말입니다. " "이것을 바로 가려 쓰는 방법은, 뒤에 오는 말이 명사 등과 같은 관형사의 꾸밈을 받는" "말이 오면, '옛'을 쓰고 그렇지 않으면 '예'를 쓰면 됩니다. 예를 몇 개 들어 보면 그" 뜻이 명확해질 것입니다. "「예부터 전해 오는 미풍양속입니다.」,「예스러운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닙니다.」,「옛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습니다.」,「옛날에는 지금보다 공기가 훨씬" 맑았습니다.」 30. [넘어] 와 [너머] " '너머'는 '집·담·산·고개 같은 높은 것의 저쪽'을 뜻하는 말로, 동사 넘다에서" 파생된 명사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어떤 물건 위를 지나다'란 뜻의 넘다의 연결형 '넘어'와 혼동을 해 쓰여지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두 시(詩)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김상용의 시 『산 너머 남촌에는』의 '너머'는 넘다의 파생 명사로 제대로 쓰인 경우 입니다. '산 너머 남촌에는/누가 살길래/남촌서 남풍 불 제/나는 좋데나' "박두진의 시 『해』의 넘어는 받침 없는 '너머'가 바른 표기입니다. '해야 솟아라,/해야" "솟아라./말갛게 씻은 얼굴/고운 해야 솟아라./산 넘어 산 넘어서/어둠을 살라 먹고,/산" "넘어서 밤새도록/어둠을 살라 먹고,/이글이글 애띤 얼굴/고운 해야 솟아라. " 31. [젖히다] 와 [제치다] "'젖히다'는 안쪽이 겉면으로 나오게 하다, 몸의 윗부분이 뒤로 젖게 하다, 속의 것이 겉으로 드러나게 열다라는 뜻을 지닌 말(예-형이 대문을 열어 젖히고 들어 왔다, 몸을 뒤로 젖히면서 소리를 질렀다, 치맛자락을 젖히고 앉아 웃음거리가 되었다 등)입니다. " 이와는 달리 '제치다'는 거치적거리지 않도록 치우다, 어떤 대상이나 범위에서" "빼다란 뜻을 지닌 말(예-이불을 옆으로 제쳐 놓았다, 그 사람은 제쳐 놓은 사람이다" 등)입니다. "문제는 젖히다로 써야 할 곳에 제치다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모자를 제쳐 쓰고, 힘차게 응원가를 불렀다.」,「더위 때문에 잠이 오질 않아 몸을 이리 제치고 저리 제쳤다.」의 경우, 둘 다 잘못 쓰고 있습니다. 첫번째에서는 모자를 제쳐 쓰고가 아니라 모자를 젖혀 쓰고로, 두 번째는 몸을 이리 젖히고 저리 젖혔다로 고쳐 써야 바른 표기입니다. 32. [제끼다] 와 [제키다] '제끼다'는 어떤 일이나 문제 따위를 척척 처리하여 넘기다란 뜻을 지닌 말입니다. "「그는 어려운 일을 척척 해 제끼는 사원이다.」,「어려운 수학 문제를 모두 풀어 제꼈다.」등이 그 예입니다. "'제키다'는 젖히다, 제치다, 제끼다와 뜻이 아주 동떨어진 말이나 발음이 유사해 잘못 쓰는 때가 있습니다. '제키다'는 살갗이 조금 다쳐서 벗겨지다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예를 들면「조각에 열중하다 보니 손등이 제키는 것도 몰랐다.」, 「살갗이 좀 제켜서 약을 발랐다.」 등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33. [놀란 가슴] 과 [놀랜 가슴] '놀라다'와 '놀래다'는 다른 뜻을 가진 말입니다. 뜻을 살펴 보면 쉽게 구분해 쓸 수 있는 말인데도 혼란이 심한 말 중 하나입니다. '놀라다'는 뜻밖의 일을 당하여 가슴이 설레다, 갑자기 무서운 것을 보고 겁을내다라는 뜻이고, '놀래다'는 남을 놀라게 하다란 뜻입니다. 그러니 「놀란 가슴을 진정했다.」,「깜짝 놀랐다.」,「남을 놀래게 하지 마라.」등이 맞는 표현 입니다. " 34. [비치다] 와 [비추다] [비취다] 언어생활에서 글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훨씬 더 큰 것이 말입니다. 글은 잘못이 발견되면 고칠 수 있으나, 말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말을 바르게 하려면 평상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비치다, 비추다, 비취다와 같은 말들은 이론적으로 아는 정도를 넘어 바른 사용법이 입에 익어 있어야 합니다. '비추다'는 빛을 내는 물체가 다른 물체에 빛을 보내다(예-달빛이 잠든 얼굴을 비추고 있다.), 어떤 물체에 빛을 받게 하다(예-손전등으로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어떤 물체에 빛이 통과하다(필름을 해에 비추어 보았다.), 빛을 반사하는 물체에 다른 물체의 모양이 나타나게 하다(얼굴을 거울에 비추어 보았다.)라는 뜻을 지닌 말입니다. "'비치다'는 빛이 나서 환하게 되다(손전등에 비친 수상한 얼굴), 빛을 받아 모양이 나타나다(이상한 불빛이 비쳤다 사라졌다.), 그림자가 나타나 보이다(창문에 꽃 그림자가 비치었다.), 투명하거나 얇은 것을 통하여 드러나 보이다(살결이 비치는 옷), 얼굴이나 눈치 따위를 잠깐 또는 약간 나타내다(바빠서 그 모임엔 얼굴이나 비치고 와야겠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비취다'는 '비추이다'의 준말로 비추임을 당하다라는 뜻입니다. "비추다와 비치다를 바로 가려 쓰는 방법 중의 하나는 부림말(∼을,를), 즉 움직임의 대상을 갖고 있으면 비추다를 취할 수 있지만, 비취다는 부림말을 취할 수" 없습니다. 35.[∼장이] 와 [∼쟁이] 새 표준어 규정에서는 ∼장이와 ∼쟁이를 가려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말이 기술자를 뜻하는 말이면 ∼장이를, 그렇지 않으면 ∼쟁이를 붙여야 합니다. 예를 몇 개 들어보면 가려 쓰는 원칙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장이가 붙는 말 - 땜장이,유기장이,석수장이,대장장이 ∼쟁이가 붙는 말 - 관상쟁이, 담쟁이, 수다쟁이, 멋쟁이 " 36. [나무꾼] 와 [나뭇군] 교과서에서 오랫동안 표기해 왔던 '나뭇군'이 현행 맞춤법에서 '나무꾼'을 표준어로 삼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어떠한 일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상습적으로 하는 사람, 어떤 판에 모이거나 성질이 있는 사람 등을 이르는 말을 '∼꾼, ∼군' 두 가지로 썼습니다." "교과서에서는 '∼군'으로 썼고, 일부 사전에서는 '∼꾼'으로 표기했습니다. " 그러나 현실 발음에서는 모두 '꾼'으로 발음이 나기 때문에 이것을 '∼꾼' 한 가지로 통일했습니다. 이제는 일꾼, 나무꾼, 농사꾼, 사기꾼, 장사꾼, 지게꾼 등으로 써야 합니다. " "현실 발음을 인정해서 표준어 형태를 바꾼 말 가운데 몇 개 예를 더 들면 '끄나풀, 칸막이, 방 한 칸, 나팔꽃, 살쾡이, 털어먹다' 등이 있습니다. " 37. [수] 와 [숫] 수컷을 이르는 말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는 오랜 논란거리였습니다. 그래도 더 이상 혼란을 방치할 수 없어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답니다. 첫번째 원칙 : 수컷을 이르는 말은 '수∼'로 통일합니다. "예) 수사돈, 수나사, 수놈, 수소 " 두 번째 원칙 : '수∼' 뒤의 음이 거세게 발음되는 단어는 거센소리를 인정합니다. " 예) 수키와, 수캐, 수탕나귀, 수탉, 수퇘지, 수평아리 " 세 번째 원칙 : '숫∼'으로 적는 단어가 세 개 있습니다. 이는 예외에 속합니다. " 예) 숫양, 숫염소, 숫쥐 " 38. [웃어른] 과 [윗어른] 웃∼으로 써야 할지 위∼로 써야 할지 알쏭달쏭할 때가 있습니다. 원칙 몇 가지만 외면 99%는 바르게 가려 적을 수 있습니다. " 첫번째 원칙 : '팔', '쪽'과 같이 거센소리나 된소리로 발음되는 단어 앞에서는 '위∼'로 표기합니다. "예) 위짝, 위쪽, 위채, 위층 등 " " 두 번째 원칙 : '아래, 위'의 대립이 없는 단어는 '웃∼'으로 표기합니다. " "예) 웃어른, 웃국 등 " " 기본 원칙 : '윗'을 원칙으로 하되, 앞의 첫째, 둘째 원칙은 예외입니다. 즉, 앞에서 예로 든 두 경우를 뺀 나머지는 모두 '윗'으로 적어야 합니다. "예) 윗도리, 윗니, 윗입술, 윗변, 윗배, 윗눈썹 등" 39. [소고기] 와 [쇠고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두 형태가 모두 바른 말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하나는 "사투리이고, 하나는 표준어였기 때문에 몹시 혼동이 되는 단어였지만 이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와 같이 둘 다 표준어로 인정한 것으로는 '∼트리다와 ∼뜨리다' "(예-무너뜨리다/무너트리다, 깨뜨리다/깨트리다, 떨어뜨리다/떨어트리다 등)가 있으며, '∼거리다와 대다'(예-출렁거리다/출렁대다, 건들거리다/건들대다, 하늘거리다/하늘대다" 등)로 끝나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른손과 오른손도 종전에는 오른손을 표준어, 바른손을 사투리로 처리했으나, 지금은 둘 다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40. [우레] 와 [우뢰] 소나기가 내릴 때 번개가 치며 일어나는 소리를 '우뢰' 또는 '천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현행 표준어 규정에서는 이 '우뢰'를 표준어로 삼지 않고, '우레'와 '천둥'을 표준어로 삼고 있습니다. "우레는 울게에서 나온 말이고, 울게는 울다에서 나온 말입니다. 우레를 억지 한자로 적다" 보니 우뢰(雨雷)라는 말이 새로 생기게 되었습니다. 우레는 토박이말이므로 굳이 한자로 적을 이유가 없답니다. '우뢰'는 이제 표준어 자격을 잃고 사라진 말이니 사용하면 안됩니다. 41. [천장] 와 [천장] "현행 표준어 규정에는 비슷하게 발음이 나는 형태의 말이 여럿 있을 경우, 그 말의 의미가 같으면 그 중 널리 쓰는 것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방의 위쪽을 가려 막는 곳'이라는 의미를 갖는 천장도 이런 변화를 인정한 것 중에 하나입니다. 원래 형태는 천정이었는데, 이제는 천장(天障)이 표준어입니다. 그러나 물가 따위가 한없이 오를 때 쓰는 '천정부지(天井不知)'는 그대로 표준어로 삼고 있다는 점에 주의하십시오. 42. [봉숭아] 와 [봉숭화] 지금은 갖가지 색깔의 매니큐어에 밀려 봉숭아 꽃물을 손톱에 곱게 물들이는 여자들 보기가 어렵게 되었지만, 이전에는 여름 한 철 여자들로부터 인기와 사랑을 듬뿍 받던 꽃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름 또한 여러 가지, 즉 봉숭아, 봉숭화, 봉선화, 봉송아 등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봉숭아의 본래 말은 봉선화(鳳仙花)입니다. 우리 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도 다 함께 쓰이는 말이지요. 그런데 현행 표준어 규정에서는 본래의 형태인 '봉선화'와 제일 널리 쓰이고 있는 '봉숭아'만을 표준어로 삼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우리가 발목 부근에 둥글게 나온 뼈를 복숭아뼈 또는 봉숭아뼈로 일컫는 분이 많은데, 이는 잘못입니다. '복사뼈'가 표준어입니다. " 43. [재떨이] 와 [재털이] '담뱃재를 털다'에서 재와 털다와의 관계를 연상해 재털이가 표준어라고 알기 쉬우나 '재떨이'가 표준어입니다. 털다와 떨다는 뜻이 같으므로 '담뱃재를 털다'와 '담뱃재를 떨다'는 둘 다 맞는 표현입니다. 44. [개비] 와 [개피] "'개비'는 가늘게 쪼갠 나무 토막이나 조각, 쪼갠 나무 토막을 세는 단위를 이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개비는 사투리가 너무 많아 혼란이 일고 있는 대표적인 말 중의 하나입니다. 그 중 "가장 널리 쓰이는 사투리가 '개피'입니다. 이 외에도 '가피, 가치, 까치, 깨비' 등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들은 모두 사투리이므로 삼가야 합니다. 표준어는 '개비' 입니다. 45. [곱슬머리] 와 [꼽슬머리] 머리털이 날 때부터 곱슬곱슬 꼬부라진 머리나 그런 머리를 가진 사람을 일반적으로 '곱슬머리', '꼽슬머리', '고수머리'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꼽슬머리는 널리 쓰이는 "말이지만, 표준어가 아닙니다. 표준어는 '곱슬머리'와 '고수머리'입니다. " 46. [갈치] 와 [칼치] 생김새가 칼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 '갈치'입니다. 칼의 고어(古語)는 '갈'입니다. "여기에 물고기를 나타낼 때 일반적으로 쓰는 말인 '치'가 합쳐져 갈치가 되었는데, 한자로는 칼 도(刀)자를 써서 도어(刀魚)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갈치를 '칼치'로 발음하고 있어, 혼란이 일고 있습니다. 칼치는 비록 널리 쓰이는 말이지만 표준어가 아닙니다. 갈치가 표준어입니다. 47. [꾀다] 와 [꼬이다] [꼬시다] 현대인들은 어감이 분명하고 강한 말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꼬시다'는 어감이 좋지 않아 점잖은 사람들은 쓰기를 꺼리던 말이었으나 이제는 사회 전계층에 퍼져 별 거부감 없이 쓰이고 있습니다. "'꼬시다, 꾀다, 꼬이다' 중 표준어는 '꾀다'와 '꼬이다'입니다. 그런데도 이 표준어의 사용 빈도가 '꼬시다'에 훨씬 못 미칩니다. 표준어가 사투리보다 세력이 약하다는 것은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꾀다, 꼬이다처럼 둘을 표준어로 인정(복수 표준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네/예', '쐬다/쏘이다', '죄다/조이다', '쬐다/쪼이다', '쇠고기/소고기' 등이 있습니다. "'네, 꼬이다, 쏘이다, 조이다. 쪼이다'는 표준어가 아니었으나 보편적으로 널리 쓰이는 "말이기 때문에 표준어로 인정받게 되었고, 소고기는 어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말이고 소고기로 쓰는 사람이 많아 복수 표준어가 된 경우입니다. 48. [사글세] 와 [삭월세] "강남콩은 중국 강남지방에서 들여온 콩이기 때문에 유래한 말이지만, '강낭콩'으로 쓰는 "사람이 많아지자, 표준어를 강남콩에서 강낭콩으로 바꾸었습니다. 남비도 원래는 일본어 '나베'에서 온 말이라 해서 남비가 표준어였지만 냄비로 표준어를 바꾼 경우입니다. 이처럼 본적에서 멀어진 말들은 대단히 많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말이 월세의 딴 말인 '삭월세(朔月貰)'입니다. 사글세와 함께 써 오던 朔月貰는 단순히 한자음을 빌려온 것일 뿐 한자가 갖는 뜻은 없는 것으로 보고, 사글세만을 표준어로 삼고 있습니다." 49. [총각무] 와 [알타리무] "무청째로 김치를 담그는, 뿌리가 잘고 어린 무를 이르는 말인 총각무는 알타리무, 달랑무 등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표준어 규정에서는 '총각무'만을 표준어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무'도 원래는 '무우'가 표준어였는데, '무우'라고 발음하기 보다는 '무-' 하고 길게 발음하기 때문에 '무'를 표준어로 삼고 있습니다. 50. 띄어쓰기 [성과 이름] "성과 이름, 성과 호 등은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등은 띄어 쓰고 "우리말 성에 붙는 '가, 씨'는 윗말에 붙여 씁니다." " 김대성, 서화담(徐花潭), 최가, 이씨, 채영선 씨, 이충무공, 우장춘 박사, 이순신 장군, 백범 김구 선생, 김 계장, 철수 군, 이 군, 정 양, 박 옹 ☞ 다만, 성과 이름, 성과 호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띄어 쓸 수 있습니다. " 남궁선/남궁 선, 독고탁/독고 탁, 구양수/구양 수, 황보지봉/황보 지봉, 존 케네디, 이토오 히로부미 등 " 위 50개의 출처는 네이버 지식검색인입니다. 위의 것 이외에 제가 추가를 몇개 해보자면.. 추가1) 우리나라와 저희나라 티비에서나 라디오에서나..가장 많이 틀리는 표현입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연스럽게 저희나라라고 할때는 정말 민망해지더군요.. 나라는 낮춤의 대상이 아닙니다. 절대 겸손의 대상이 될수 없음에도 저희나라라고 표현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추가2) 주인공과 장본인 주인공은 긍정적인 일을 한 인물에 대한 표현이고...장본인은 부정적인 일은 한 인물에 대한 표현인데.. 신문기사들이나 게시판글들을 보면 서로 바뀌어 잘못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로 들어..어떤 이가 선행을 베풀었을때.. 그 사람을 일컬어 선행의 장본인이라고 쓰면 틀린 표현이고 선행의 주인공이라고 해야 옳은 표현이 될것입니다. 추가3) 어이없다와 어의없다 어이없다를 어의없다라고 쓰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어의없다는 말은 없습니다. 어이없다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 by 수노 | 2005/09/09 12:28 | 트랙백
1. 한글 자음이름 영어의 알파벳은 알면서 한글 자음은 제대로 모른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지식 이전에 국어를 쓰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ㄱ-기역 ㄴ-니은 ㄷ-디귿 ㄹ-리을 ㅁ-미음 ㅂ-비읍 ㅅ-시옷 ㅇ-이응 ㅈ-지읒 ㅊ-치읓 ㅋ-키읔 ㅌ-티읕 ㅍ-피읖 ㅎ-히읗 이 중에서도 특히 'ㅌ'은 많은 분들께서 '티긑'으로 발음합니다. '티긑'이 아니라 '티읕'입니다. 2. [~습니다] 와 [~읍니다] "우리글, 우리말의 기본 규정이 바뀐 지가 9년이 넘는데도 아직까지 ∼습니다와 ∼읍니다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출판을 계획하고 있읍니다.'로 쓰인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이전에는 두 가지 형태를 모두 썼기 때문에 혼동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제는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조건 ∼습니다로 쓰면 됩니다. 그런데 있음, 없음을 있슴, 없슴으로 쓰는 것은 잘못입니다. 이때에는 항상 있음, 없음으로 써야 합니다. " 3. [~오] 와 [~요] "종결형은 발음이 ∼요로 나는 경우가 있더라도 항상 ∼오로 씁니다. 돌아가시오, 주십시오," "멈추시오 등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연결형은 ∼요를 사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이것은 책이요, 그것은 펜이요, 저것은 공책이다.」의 경우에는 요를 써야 한다는 말입니다. " 4. [안] 과 [않∼] "안과 않도 혼동하기 쉬운 우리말 중의 하나입니다. 안은 아니의 준말이요, 않은 아니하의" "준말이라는 것만 명심하면 혼란은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의 소비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라는 문장에서 않으면은 아니하면의, 안은 아니의 준말로 사용된 것입니다." 5. [∼이] 와 [∼히] "깨끗이, 똑똑히, 큼직이, 단정히, 반듯이, 가까이 등의 경우 ∼이로 써야 할지 ∼히로 써야 할지 " "구분이 잘 안 됩니다. 원칙은 없지만 구별하기 쉬운 방법은 ∼하다가 붙는 말은 ∼히를, 그렇" 지 않은 말은 ∼이로 쓰면 됩니다. 그러나 다음에 적어 놓은 말은 ∼하다가 붙는 "말이지만 ∼이로 써야 합니다. 깨끗이, 너부죽이, 따뜻이, 뚜렷이, 지긋이, 큼직이, 반듯이," "느긋이, 버젓이 등입니다." 6. [붙이다] 와 [부치다] "붙이다와 부치다도 각기 그 뜻이 많아 쓰임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붙이다는 붙게 하다," "서로 맞닿게 하다, 두 편의 관계를 맺게 하다, 암컷과 수컷을 교합시키다, 불이 옮아서 타게하다, 노름이나 싸움 따위를 하게 하다, 딸려 붙게 하다, 습관이나 취미 등이 익어지게 하다, 이름을 가지게 하다, 뺨이나 볼기를 손으로 때리다란 뜻을 지닌 말입니다." "부치다는 힘이 미치지 못하다, 부채 같은 것을 흔들어서 바람을 일으키다, 편지나 물건을 보내다, 논밭을 다루어서 농사를 짓다, 누름적·저냐 따위를 익혀 만들다, 어떤 문제를 의논 대상으로 내놓다, 원고를 인쇄에 넘기다 등의 뜻을 가진 말입니다. 그 예를 몇 가지 들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힘이 부치는 일이다. 편지를 부치다. 논밭을 부치다. 빈대떡을 부치다. 식목일에 부치는 글입니다. 회의에 부치기로 한 안건입니다. 우표를 붙이다. 책상을 벽에 붙이다. 흥정을 붙이다. 불을 붙이다. 조건을 붙이다. 취미를 붙이다. 별명을 붙이다. 7. [∼율] 과 [∼률] 한 예로 합격률인지 합격율인지 혼동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 경우는 모음이나 "ㄴ으로 끝나는 명사 다음에는 ∼율을 붙여 백분율, 사고율, 모순율, 비율 등으로 쓰고," "ㄴ받침을 제외한 받침 있는 명사 다음에는 ∼률을 붙여 도덕률, 황금률, 취업률, 입학률, 합격률 등으로 쓰면 됩니다. 8. [띄다] 와 [띠다] "띄다를 써야 할 곳에 띠다로 잘못 쓰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띄다는 띄우다, 뜨이다의" 준말입니다. "띄우다는 물이나 공중에 뜨게 하다,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사이를 떨어지게 하다," "편지·소포 따위를 보내다, 물건에 훈김이 생겨 뜨게 하다 등의 뜻을 지닌 말입니다. 뜨이다는" "감거나 감겨진 눈이 열리다, 큰 것에서 일부가 떼내어지다, 종이·김 따위가 만들어지다," "무거운 물건 따위가 바닥에서 위로 치켜 올려지다, 그물·옷 따위를 뜨게 하다, 이제까지 없던"것이 나타나 눈에 드러나 보이다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편 띠다는 띠나 끈을 허리에 두르다, 용무·직책·사명 따위를 맡아 지니다, 어떤 물건을" "몸에 지니다, 감정·표정·기운 따위를 조금 나타내다, 빛깔을 가지다, 어떤 성질을 일정하게" 나타내다를 이르는 말입니다. 띄다와 띠다를 바르게 사용한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무를 좀더 띄어 심읍시다. 어제 편지를 띄었습니다. 키가 큰 사람이 작은 사람에 비해 뜨이기(띄기) 십상입니다. 임무를 띠고 미국으로 갔습니다. 분홍빛을 띤 나뭇잎이 멋있습니다. 9. [반드시] 와 [반듯이] 이 경우는 발음이 같아서 헷갈리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 쓰임은 아주 다르답니다. 반드시는 어떤 일이 틀림없이 그러하다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예 : 약속은 반드시 지키십시오.) "반듯이는 작은 물체의 어디가 귀가 나거나 굽거나 울퉁불퉁하지 않고 바르다, 물건의 놓여" 있는 모양새가 기울거나 비뚤지 않고 바르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예 : 고개를 반듯이 드십시오.) "재미있는 예문 중에 「나무를 반드시 잘라라.」,「나무를 반듯이 잘라라.」가 있습니다." "전자는 필(必)의 뜻이고, 후자는 정(正)의 뜻으로 쓰인 것입니다. " 10. [며칠] 과 [몇일] "오늘이 며칠이냐?라고 날짜를 물을 때 며칠이라고 써야 할지, 아니면 몇일이라고 써야 하는지 몰라서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때의 바른 표기는 며칠입니다. 몇 일은 의문의 뜻을 지닌 몇 날을 의미하는 말로 몇 명, 몇 알, 몇 아이 등과 그 쓰임새가 같습니다." 10일 빼기 5일은 몇 일이죠? 와 같은 표현이 바로 그것입니다. '몇 월 몇 일'로 쓰는 경우도 많으나 바른 표기는 '몇 월 며칠'로 써야 합니다. 11. [돌] 과 [돐]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직장 동료의 대소사를 그냥 넘어갈 수 없지요. 하얀 봉투에 '축 결혼','부의','축 돌' 등을 써서 가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그 가운데 '축 돐'로 쓰여진" 봉투를 종종 보게 됩니다. 종래에는 '돌'과 '돐'을 구별하여 둘 다 사용했었습니다. '돌'은 "생일을, '돐'은 주기를 나타내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새 표준어 규정에서는 생일, 주기를 가리지 않고, '돌'로 쓰도록 규정하였습니다." "그러니 돐잔치, 축 돐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항상 돌잔치, 축 돌이라고 표기해야 합니다." 12. [∼로서] 와 [∼로써] 이 ∼로서와 ∼로써의 용법도 꽤나 혼동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로서는 자격격 조사라고 "하고, ∼로써는 기구격 조사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그는 회사 대표로서 회의에 참석했다.」라는 문장에서 쓰인 '대표로서'는 움직임의 자격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 자격이란 말은 좀더 세분하면 지위·신분·자격이 됩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대표라는 자격'으로 쓰인 경우입니다. 또 「우리 회사는 돌로써 지은 건물입니다.」라는 문장에서 쓰인 '돌로써'는 움직임의 도구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도구란 말도 세분해 보면 도구·재료·방편·이유 등이 됩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돌을 재료로 하여'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가끔 문장 가운데 「그는 "감기로 결근하였다.」와 같이 ∼서나 ∼써를 생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서나" ∼써를 붙여 보면 그 뜻이 명확해집니다. 위의 예문에는 이유를 나타내는 ∼써를 붙여 '감기로써'가 바른 말입니다. 13. [∼므로] 와 [∼ㅁ으로] ∼므로와 ∼ㅁ으로도 흔히 잘못 쓰이는 말입니다. ∼므로는 하므로/되므로/가므로/오므로 "등과 같이 어간에 붙는 어미로, ∼이니까/∼이기 때문에와 같은 '까닭'을 나타냅니다." 이와는 달리 ∼ㅁ으로는 명사형 ∼ㅁ에 조사 으로가 붙은 것으로 이는 ∼는 것으로/∼는 일로와 같이 '수단·방법'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는 열심히 공부하므로 성공하겠다.」와 「그는 아침마다 공부함으로 성공을 다졌다.」를 "비교해 보면, 전자는 ∼하기 때문에의 이유를 나타내는 말이고, 후자는 ∼하는 것으로써의" 뜻으로 수단·방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불황으로 인해 회사가 힘들어지므로 열심히 일해야 한다.」,「기회가 있으므로 절망하지 않겠다.」등은 이유를 나타내므로 ∼므로가 됩니다. "「문물을 교환함으로 문화를 발전시킨다.」,「산을 아름답게 가꿈으로 조국의 사랑에 보답한다.」등은 수단·방법을 나타내므로 ∼ㅁ으로가 바른 말이 됩니다. 14. [더욱이] 와 [더우기] 글을 쓰는 작가들도 아직까지 이 단어를 잘못 쓰는 분들이 많더군요. 종래의 맞춤법에서는 "'더우기'를 옳은 철자로 하고, 그로부터 준말 '더욱'이 나온 것처럼 설명했던 것인데, 새 맞춤법에서는 그와 반대의 입장을 취한 대표적인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더욱이'로 써야 합니다. "이 '더욱이'라는 부사는 '그 위에 더욱 또'의 뜻을 지닌 말로서, 금상첨화(錦上添花)의 경우" "에도 쓰이고, 설상가상(雪上加霜)의 경우에도 쓰이는 말입니다." 이 쓰임과 같은 대표적인 것 가운데 '일찍이'도 있습니다. 이것도 종전에는 '일찌기'로 쓰였으나 이제는 '일찍이'로 써야 합니다. 15. [작다] 와 [적다] "작다는 '크다'의 반대말이고, 적다는 '많다'의 반대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별로 유념하지 않고「키가 적다.」,「도량이 적다.」와 같이 잘못된 표현을 합니다. 이 '작다'는 부피·길이·넓이·키·소리·인물·도량·규모 등이 보통에 미치지 못할 때 쓰는 "말입니다. 작은 키, 작은 연필, 작은형, 구두가 작다 등에 쓰이지요." 이와는 달리 '적다'는 분량이나 수효가 어느 표준에 자라지 않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즉, 많지 아니하다는 뜻입니다. 「재미가 적다.」,「사람의 수효가 너무 적다.」처럼 쓰이는 말입니다." 16. [∼던] 과 [∼든]16. [∼던] 과 [∼든] "∼던과 ∼든도 많은 혼란이 일고 있는 말입니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던은 지난 일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고, ∼든은 조건이나 선택을 뜻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꿈을 그리던 어린 시절」,「그 책은 얼마나 재미가 있었던지.」의 예문은 둘 다" "과거를 회상하는 말이므로 ∼던을 사용해야 하고, 「오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해라.」,「눈이 오거든 차를 가지고 가지 마라.」의 경우는 조건·선택을 나타내므로 ∼든을 써야 합니다. 17. [초점] 과 [촛점](사이'ㅅ'에 대하여) 둘 이상의 말이 합쳐 된 말이나 한자어 사이에는 'ㅅ'을 받치어 적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뭇잎', '냇가' 등은 익숙하기 때문에 별 갈등없이 사용하지만, 혼란스러운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좀 복잡하긴 하지만 두 가지 원칙만 알고 있으면, 사이'ㅅ' 때문에 더 이상 갈등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첫째, 전체가 한자어인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한 후, 전체가 한자어라면 다음의 말 외에는 'ㅅ'을 넣지 않습니다.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툇간(退間), 횟수(回數), 찻간(車間)" "따라서 焦點, 次數, 個數는 초점, 차수, 개수로 써야 합니다." "둘째,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발음되는 것에는 'ㅅ'을 넣습니다. 나뭇가지, 아랫집," "조갯살, 전셋집, 햇수 등이 그 예입니다. 또한 뒷말의 첫소리가 ㄴ이나 ㅁ, 모음으로" "시작하는 단어 중에서 ㄴ소리가 덧붙여 발음되거나, ㄴ소리가 두 개 겹쳐 발음될 때" 'ㅅ'을 넣습니다. 아랫니, 제삿날, 곗날, 잇몸, 빗물 등이 그 예입니다." "그런데 수도물, 머리말, 노래말 등과 같이 발음에 이견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고민하지 말고, 'ㅅ'을 잊어버리면 어떨까요?" 18. [내로라] 와 [내노라] 일상대화에서는 물론이고 글에서도 잘못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말입니다. 흔히 ∼로라를 써야 할 곳에 ∼노라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로라는 말하는 이가 자신의 동작을 의식적으로 쳐들어 말할 때 쓰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내로라 하는 사람들은 그 회의에 모두 참석했습니다.」,「내로라 우쭐거린다고 알아 줄 사 |